‘애완’ 아닌 ‘반려’의 시대로 [따듯한 동물사전]

시대 변화 따라가지 못하는 인식이 여러 문제 야기

개, 고양이로 대표되는 ‘반려동물’은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우리나라에서 큰 위상 변화를 겪었다.

시작은 ‘가축’이었다. 사람과 함께 살게 된 모든 동물이 야생동물에서 필요에 의해 가축화됐고, 개 또한 마찬가지였다. 가축으로서 개에게 부여된 역할은 주로 다른 가축이나 집 등 재산을 지키는 것이었다. 한곳에 묶여 지내며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을 먹고 낯선 사람이 접근하면 맹렬하게 짖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이때부터 이미 개는 다른 가축들에 비해 사람과 가장 가깝고 친근한 동물이었으나, 먹다 남은 음식을 주는 모습에서 엿볼 수 있듯이 추가적으로 돈을 들여 먹이거나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대상은 아니었다. 이웃이 키우는 개가 새끼를 낳으면 한 마리 데려다 키울 정도로 크게 어렵거나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일로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

1990년대 접어들면서 해외의 애완동물 문화가 한국에 소개되고, 가축으로만 여겨졌던 개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프랑스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가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비난하면서 국제적인 비난이 일었던 사건도 있었다. 그 당시에도 다수의 해외국가에서는 이미 개는 가축이 아닌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국내에서도 개를 집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 아닌 ‘애완’을 목적으로 기르는 사람이 많아졌다.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을 먹이는 것이 아닌, 전용사료를 먹이기 시작했다. 소, 돼지, 닭 등 가축이 아닌 애완동물을 진료하는 동물병원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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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는 ‘짝’이란 의미

하지만 애완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처럼 생명이 아닌 하나의 유희의 대상으로 여겨지다 보니 규제 없이 유행에 따라 물건처럼 너무 쉽게 생산되어 판매됐다. 이에 이 동물들이 태어나고 분양되는 열악한 환경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에는 국내에서도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2007년부터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반려동물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등 용어가 대체됐다. 짝 반, 짝 려로 이루어진 반려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함께 살아가는 ‘짝’이라는 의미다. 주인이 소유하는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생명이자 가족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의미이자, 단지 사람의 필요에 의해 이기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 그들을 이해하고 적절히 보호하며 끝까지 책임진다는 의미다.

이렇게 분명 우리 사회는 반려의 시대로 변화해 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가축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겐 여전히 애완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식의 정체가 국내 반려동물 시장의 문제를 야기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아직도 가축의 시대, 애완의 시대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지금 반려의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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