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국민 MC’ 그 이상 [202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방송·연예계 인물] 2020년부터 3년 연속 선두…76.6% 압도적 지목률

“올해도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어느 정도 내려놨는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유재석(51)은 7월14일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WSG워너비가 각종 음원 차트 상위권을 휩쓸자 벅찬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앞서 《놀면 뭐하니?》와 《무한도전》 등 자신이 진행한 프로그램에서 음원 차트를 뒤흔들었던 경험을 상기하며 “매해 차트에 오른다는 게 점점 더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부연했다.

시사저널의 올해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방송·연예 부문 조사 결과를 바라보는 독자들의 심정도 이와 비슷할 듯하다. 유재석은 76.6%의 압도적 지목률로 1위에 올랐다. 2020년부터 3년 연속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전체 영향력에서도 당당히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시각각 트렌드가 바뀌고 결과에 따라 냉혹하게 평가받는 방송·연예계에서 매해 영향력 1위에 오른다는 건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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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더 커진 ‘유재석 파워’

지난해 조사에서 64.1%였던 유재석의 지목률은 올해 12.5%포인트 상승했다. 《놀면 뭐하니?》를 비롯해 《런닝맨》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예능의 중심에 유재석이 있다. 그의 영향력은 기성 방송사 밖에서도 명불허전이었다. 올 4~6월 유재석이 출연한 카카오TV 오리지널 예능 《플레이유》는 화제몰이에 성공하며 누적 조회 수 1700여만 회를 기록했다. 디즈니+ 《더 존: 버텨야 산다 》, 넷플릭스 《코리아 넘버원》 등 유재석을 전면에 내세운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예능 프로그램들도 방송을 앞두고 있다.

유재석은 자리와 위상을 지키는 데만 급급하지 않고, 영향력에 걸맞게 행동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으로 더욱 호평받는다. 그는 지난 2월 《놀면 뭐하니?》를 진행하던 중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이 실격 처리된 걸 두고 “주체를 못 하겠더라. 너무너무 화가 났다”며 일반 시청자들의 정서를 어루만졌다. 이후 중국 내 한 유재석 팬클럽이 운영 중단을 선언하는 등 파장이 일었다. 또 7월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유재석은 출연자들과 예능계의 불합리한 관행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단호한 표정으로 “저희 쪽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 변하고 있고, 변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유재석이기에 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이 밖에 늘 주변을 살뜰히 챙기고 기부에도 앞장서는 그의 모습은 ‘파도 파도 끝이 없는’ 미담으로 종종 알려진다.

유재석과 절친한 동료방송인 하하는 언젠가 “유재석처럼은 못 산다”고 했다. 빡빡한 방송 스케줄을 빈틈없이 소화하면서도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조간신문을 훑고 바둑 공부를 하고 3시간씩 운동하고, 외국어 공부를 하는 유재석의 성실함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말이다. 개그우먼 조혜련은 개그계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높인 유재석을 “우리의 희망”이라고 언급했다. 주변의 찬사와 독보적인 영향력이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 역시 유재석이기 때문이다. 한때 ‘대한민국 평균 이하’였던 그는 긴 무명 시절을 버텨내고 20년 넘게 방송·연예계 최정상을 지키며 최고 개그맨, 국민MC 그 이상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다만 팬들은 유재석이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그 자리에 오래오래 머물러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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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주춤해도 BTS는 BTS

유재석에 이어 방송·연예 부문 2위는 방탄소년단(BTS)이 차지했다. 지목률은 36.2%다. 지난해(31.0%)에 이어 올해도 같은 순위를 지켰다. 7월14~16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는 제3회 BTS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BTS와 팬덤 ARMY(아미)가 만들어낸 현상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직접 목소리를 내는 아미들의 행동을 조명한 학술대회였다.

현재 BTS의 영향력은 아미를 중심으로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그 영향력은 BTS의 음악적 성취와 글로벌 아티스트로서의 위상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세계인을 움직이는 건 바로 세상의 불평등과 폭력을 용인하지 말고, 자신을 사랑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함께하자는 BTS의 메시지다. 아미들은 정치, 환경, 차별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앞장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가를 막론하고 BTS와 아미에 관한 연구가 이뤄지는 이유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이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스타는 서구에서도 드물다”며 “활동 중단을 선언한 상태지만 국내외 영향력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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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과 더불어 오랜 기간 국민MC로 불려온 개그맨 강호동은 3위(19.2%)에 올랐다. 지난해(12.5%)와 순위가 같았다. 강호동 역시 방송사와 OTT를 넘나들며 여전히 왕성하게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4위 이후로는 1년 새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5월에 열린 칸영화제에서 최고 연기상을 받으며 한국의 국민배우를 넘어 세계적 스타 반열에 올라선 송강호가 4위(8.8%)에 랭크됐다. 2019년 6위였던 송강호는 2020년 8위로 2계단 내려가고 지난해엔 아예 10위권에서 벗어났다가 1년 만에 복귀했다. 이어 개그맨 겸 MC 신동엽이 5위(7.6%), 가수 이효리가 배우 윤여정과 공동 6위(5.0%)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4위를 차지했던 윤여정은 올해도 10위권 내에 안착했다. 이어 간판 K팝 걸그룹 블랙핑크가 8위(3.8%)를 차지했고 아이유와 임영웅이 공동 9위(3.2%)에 올랐다.

올해는 전문가 조사와 더불어 일반 국민 조사도 병행했다. 국민들의 판단은 전문가와 다르지 않았다. 역시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방송·연예계 인물은 유재석이었다. 68.2%로 압도적 지목률이다. 2위와 3위도 BTS(33.2%), 강호동(26.2%)으로 전문가 조사 순위와 같았다.

일반 국민은 전문가 조사와 반대로 신동엽을 4위(10.4%)로, 송강호를 5위(7.6%)로 꼽았다. 매체 노출 빈도 등 대중성을 많이 반영하는 일반 국민 조사의 특성이 엿보인다. 송강호와 함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에 출연한 아이유(6위, 7.4%)가 바로 그다음 순위를 차지한 것도 인상적이다. 윤여정이 공동 6위였고 임영웅(8위, 6.6%), 이경규(9위, 6.2%), 이효리·블랙핑크(공동 10위, 각각 5.2%) 등이 뒤를 이었다.

‘202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조사하고 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100명씩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인 조사를 신설해 일반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6월30일부터 7월18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 국민 조사는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포인트다. 올해 5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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