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또 다른 K컬처 알리고 싶다”

《블랙의 신부》에서 '마라맛' 복수 연기 선보여

1993년 CF ‘꽃게랑’으로 데뷔한 원조 한류스타 김희선이 글로벌 무대에 데뷔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에서 마라맛 복수 연기로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데뷔 초 중화권을 주름잡았던 김희선이 이번 작품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희선이 출연하는 《블랙의 신부》(연출 김정민, 극본 이근영)는 최상위층 결혼정보회사 렉스를 배경으로 결혼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꾸는 이들의 욕망을 포착한 드라마다. 극 중 김희선은 복수를 위해 욕망의 레이스에 뛰어든 서혜승 역을 맡았다. 혜승은 친정 어머니가 몰래 가입시킨 결혼정보회사 렉스에서 자신의 가정을 산산조각 낸 남편의 내연녀 진유희(정유진)를 만난 뒤 복수를 꿈꾸는 인물이다.

《나쁜 녀석들》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의 김정민 감독이 연출을, 《나도 엄마야》 《어머님은 내 며느리》 등을 쓴 이근영 작가가 전매특허인 ‘매운 이야기’로 의기투합했다. 김희선을 비롯해 정유진, 차지연이 열연한다. 김 감독은 “상류층 결혼정보회사라는 이색적인 그릇 안에 다양한 인간의 욕망이 얽히는 흥미로운 플레이팅”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김희선은 오랜 시간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장수 배우다. 《품위 있는 그녀》의 재벌가 며느리, 《나인룸》의 60대 장기 복역수와 영혼이 뒤바뀐 30대 변호사, 《앨리스》의 강인한 모성애를 지닌 시간 여행자, 《내일》 속 죽음의 문턱에 선 이들을 살리는 저승사자까지 매 작품 변신을 멈추지 않는다.

《블랙의 신부》에서도 김희선의 변신은 계속된다. 더 이상 잃을 것도, 두려울 것도 없이 오직 복수를 향한 일념 하나로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혜승의 변화를 다층적으로 그려낸다. 저마다의 욕망을 지닌 강렬한 캐릭터 사이에서 단단히 중심을 잡은 김희선은 다시 한번 오랜 시간 정상을 지켜온 이유를 입증했다는 후문이다.

김희선은 “지구에 종말이 찾아와도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영원하다. 좋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존재하기 때문에 문화가 달라도 공감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관전 포인트를 피력했다.

김정민 감독은 “각자의 야망을 향해 내달리는 이들을 보며 나는 어떤 야망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로 인해 나는 정말 행복한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김희선이 열연하는 《블랙의 신부》는 7월1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시사저널 박정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좋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런 욕망에 대한 이야기라면 문화가 다르더라도 모두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불어 이 작품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사랑’과 ‘욕망’이 아닐까 한다. 결혼정보회사가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문화더라. 사람을 등급으로 구분한다는 게 그렇지만, 어찌 보면 모든 사람의 욕망은 다 똑같지 않겠느냔 생각이 들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 이런 장르는 처음 보기에 전 세계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도 궁금했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넷플릭스에 새로운 장르가 탄생할 것 같다는 기대도 있다.”

어느덧 데뷔 30년 차가 됐음에도 OTT 작품에 처음 도전한다.

“작업 환경에 큰 차이는 없지만,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았다. 파티 신을 촬영한 적이 있는데, 저희에게 열흘의 시간이 주어졌다. 배우들 간에도 이것저것 동선을 여유 있게 맞출 수 있었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감독님과 제작사에서 배려해 주신 덕분에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혜승’은 어떤 인물인가.

“남편이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는데 이를 잊고 열심히 살려고 하다가 우연히 가게 된 결혼정보회사에서 모든 것을 빼앗아간 여자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 여자에 대한 복수라는 욕망으로 갈등하는 인물이다. 혜승은 하나하나 복수를 꾸며가는 인물이다. 그래서 답답하기도 했다. 실제 저라면 빨리 사이다 같은 복수를 하고 싶었을 것 같다.”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나.

“실제 김희선이 가진 욕망도 투영되겠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인간으로 접근했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멋있는 여자라고 느꼈다.”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연기력이 평가절하된 배우라는 평이 있기도 하다.

“처음에 ‘재발견’이라는 기사를 접했을 때 ‘내가 이렇게까지 존재감이 없었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한데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십 몇 번째 재발견되다 보니 오기가 생겼다. 재발견이라고 언급하지 않으면 서운하다. 하하. 한국 최다 재발견 기록 배우가 되고 싶다. ‘김희선의 재발견’은 전작과 다른 연기를 선보였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 이번에도 역시 전작과 다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김희선은 빈틈없는 외모와 달리 통 크고 성격 좋기로 유명한 배우다. 이번 촬영 역시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는 후문이다. 함께 출연한 정유진은 “김희선 선배가 저희를 너무 잘 챙겨주신다. 밥도 잘 사주시고, 분위기 메이커이자 저희 팀의 리더”라고 치켜세웠다. 연출을 맡은 김정민 감독은 “배우들뿐만 아니라 스태프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배우였다”고 애정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야심한 새벽, 김정민 감독에게 문자를 보내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열정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김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연기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문자메시지를 보내온 것이다. 고마움과 감동을 느꼈다”고 화답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의 신부》 스틸컷ⓒ넷플릭스 제공

김희선이 있는 현장은 늘 훈훈하다고 들었다.

“이제 약을 먹으며 고쳐 나가야 하는 나이가 되다 보니 후배들이 좋다는 걸 많이 챙겨주기는 한다. 매일 만날 때마다 약을 줬다. 하하.”

김정민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김정민 감독이 연출한 《나쁜 녀석들》을 굉장히 재밌게 봤다. 멋진 액션과 스토리에 감탄했다. 함께 작업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정민 감독이 있어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블랙의 신부》를 전 세계 시청자에게 선보이는 소감은.

“항상 넷플릭스 시리즈를 즐겨 보곤 했는데 직접 출연하게 돼서 자부심을 느낀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날 생각에 정말 즐겁다. 《블랙의 신부》는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볼 만한 결혼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드라마다. 동시에 편하게 보실 수 있는 작품이다. 결혼정보회사라는 한국의 문화가 이 작품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돼 전 세계에 비슷한 문화가 생길 거란 기대도 든다. 작품과 함께 잠자고 있는 욕망을 깨워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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