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모르는 ‘불명열’,
감염성 질환·악성질환·비감염성 염증성 질환 등 의심
46세 남성이 39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하면서 몸살·오한·근육통이 동반되었지만 기침이나 가래 등 다른 증상은 없었다. 인근 병원을 방문해 감기약 처방을 받아 5일간 복용했으나, 약 복용을 중단한 후 다시 열이 나서 병원을 재방문했다. 흉부방사선 검사에서는 특이소견이 없었으나 혈액검사에서 세균성 감염이 의심되는 소견이 나왔다. 이에 복부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화농성 간농양’(세균에 의해 간에 고름이 형성된 질환)으로 진단돼 농양을 빼내고 항생제 치료를 한 후 체온이 정상화되었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발열에 대해 극히 예민해져 있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시기에는 발열이 코로나19 감염의 주요 위험 신호인 것이 분명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이외에도 다양한 질병과 원인이 발열을 유발할 수 있다.
새로이 바뀐 정의에 따르면, 38.3도 이상의 열이 여러 번 나타나면서 일반적인 진료실 검사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를 ‘불명열’이라고 한다.
ⓒ시사저널 임준선
38.3도 이상 여러 번 발생하면 불명열
불명열의 20~40%는 복부나 골반의 감염이나 농양, 심내막염, 부비동염, 결핵, 요로감염 등 세균 또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며, 20~30%는 대장결장암, 백혈병, 임파종 등 악성종양이 유발한다.
한편 10~30%는 류머티스 관절염, 크론병, 각종 혈관염 등 비감염성 염증성 질환이 차지한다. 약물, 혈전색전 질환, 갑상선염 등이 나머지 10~20%를 차지한다. 저소득국가에서는 감염질환과 악성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상대적으로 흔한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비감염성 염증성 질환과 원인을 찾지 못한 경우가 더 흔하다.
발열이 여러 번 반복되면, 병·의원을 찾아 상세한 문진과 진찰로 발열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불명열의 원인 진단을 위해서는 국소 염증반응이 어느 장기나 부위에 나타나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호흡기 감염이 발열의 원인이라면 기침이나 가래 같은 호흡기 증상이 동반된다. 관절 염증이 원인이라면 해당 관절이 붓고 아플 것이다.
앞의 사례에 등장한 환자의 경우에도 질병이 좀 더 진행되었다면 우상 복부 통증이 나타났을 것이다. 하지만 발열과 몸살만 있고 국소 염증 반응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라면 혈액검사, 소변검사, 영상검사, 혈청학적 검사, 생화학적 검사, 미생물검사 등 탐색적 검사들을 시행한 후 이를 토대로 확진을 위한 검사들을 받아봐야 한다.
불명열이 있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열과 몸살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해열제를 자의로 복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증치료는 별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진단만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열이 여러 번 반복되는 경우 조기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감염성 질환이나 악성질환 또는 비감염성 염증성 질환이 숨어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을 방문해 상세한 진찰과 검사를 꼭 받아봐야 한다.
This article is from https://www.sisajournal.com/, if there is any copyright issue, please contact the webmaster to delete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