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서형 위담그룹 회장 “환자가 행복한 병원이 의료 서비스의 근본”
국내에서 한의학과 양의학은 ‘물과 기름’ 사이다. 서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반목과 불신이 수십 년간 계속되고 있다. 자기 의학의 한계를 절감하고 한의학 등 보완·대체의학에서 해결점을 찾고 있는 미국이나 독일 등과 대조적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의료 서비스를 받는 환자들의 몫이 됐다.
최서형 위담그룹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양의학과 한의학을 융합할 경우 기존 치료법을 뛰어넘는 제3의학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요컨대 양의학은 인체를 조직세포학적으로 바라보고, 치료법 역시 증상 및 현상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한의학은 인체를 소우주로 보고, 질병 배경을 분석하고 기능을 정상화하는 데 능하다. 이처럼 두 의학은 다르지만, 장단점이 서로 보완관계다. 두 요법을 어떻게 융합하느냐에 따라 현상도 치료하고 배경도 치료하는 훌륭한 의학이 창출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지난 30년간 최 회장이 양·한방 융합을 위해 연구한 결과물이 2021년 개원한 충주위담통합병원이다. 최 회장은 “최근 만성·난치성·노인성 질환이 급증하고 있지만, 의학적으로 치료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융합의학이 활성화될 경우 K메디가 반도체나 자동차에 이은 한국의 새로운 효자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시사저널 박정훈
최근 정부 지원을 받아 충주위담통합병원을 개원했다. 계기가 있나.
“양의학과 한의학을 융합하면 기존 의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1991년부터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그 결과물이 양·한방 통합병원인 충주위담통합병원이다. 기재부에서 300여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2021년 6월 개원했다. 암과 난치성 위장질환, 치매 치료에 특화된 병원이다. 거액의 예산을 지원한 정부도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 국내 유수 병원들이 그동안 동서양 의학의 접목을 시도했다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보건산업진흥원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고, ‘다른 동서양 의학 병원과 달리 성공 가능성이 크고, 우리나라에 필요한 병원 모델’이라는 견해를 받음으로써 실현될 수 있었다.”
충주위담통합병원의 모토가 ‘환자들이 행복해하는 병원’이다. 암환자들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인가.
“위담통합병원은 암 치료 환경을 중시한다. 그래서 병원의 모토가 ‘치유를 위해 자연을 담다’이다. 대개 암 선고를 받으면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힘들어한다. 항암치료가 고통스럽고 오래 못 사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공포와 불안이 예후를 더 안 좋게 한다. 환자들이 새소리 들으며 트레킹하고, 노천온천을 즐기다 보면 자신이 암환자란 사실을 잊게 된다. 치료 효과는 물론 환자가 행복감을 느껴 면역기능 상승과 선순환적 생명력이 분출하게 된다.”
최 회장은 “병원 이름에 ‘통합’을 썼지만, 사실은 ‘융합’을 쓰는 게 맞다”고 말한다. 통합의학은 양의학과 한의학의 인적자원·시스템이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다. 반면 융합의학은 두 의학의 콘텐츠를 화학적으로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 의학을 만든다. 그동안 경희대와 국립의료원, 가톨릭대, 원광대 등에서 두 의학의 융합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물리적 통합만 했지 두 의학의 콘텐츠를 화학적으로 융합하는 방법론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최 회장은 설명했다.
위담통합병원은 어떻게 양·한방의 융합에 성공했나.
“양의학은 흔히 남자, 한의학은 여자에 비유된다. 학문적으로 서로 보완이 가능한 부부 같은 관계인 셈이다. 문제는 질병 분석과 진단, 치료법 등 모든 면에서 전혀 다른 두 의학을 어떻게 보완하느냐다. 그것은 바로 장점은 살리면서 부작용이나 단점을 줄이기 위해 두 의학을 재구성해서 만나는 것이다. 일례로 암 치료의 경우 양의학은 암세포를 죽이는 데 탁월하지만, 항암 독성으로 면역기능과 골수·조혈 및 위장 기능을 손상시켜 치료의 고통을 피하기 어렵다. 보완의 길이 한의학이다. 암 제거 방식이 아니라 항암 독성을 완화하고 면역기능을 올리는 한방약을 개발해 항암과 융합하는 것이다. 그러면 암세포는 죽이되, 몸의 면역기능은 살려 고통을 줄일 뿐 아니라 재발과 전이를 최대한 막게 된다. 나는 1998년부터 항암치료의 독성과 부작용을 완화하는 ‘항암 병행방’을 개발해 왔고, 1999년 ‘난치성 질환의 동서의학 임상 연구’라는 정부 과제를 통해 실현할 수 있었다.”
국내 병원들은 보통 암수술이나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한방 치료를 받지 말라고 권유한다.
“한의학이 암 조직을 죽이는 방식으로 치료한다면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양의학의 표준 치료에 맞춰 재구성한 한방요법은 독성 완화와 면역기능을 올려 오히려 항암치료 효과를 높여준다. 절대 부작용이 없다. 1999년, 내가 보건복지부 연구 과제로 간암과 위암 환자에게 항암과 한방의 보완요법을 병행한 임상 연구를 통해 효과를 검증받았다. ‘그동안 왜 한약을 먹지 못하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환자들이 따질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 의료 서비스의 주체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라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실제 미국과 독일 등 의료 선진국은 한의학에 우호적이다. 이들은 자기 의학의 한계를 인식하고 융합 수준은 아니지만 보완·대체의학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버드와 존스홉킨스, 스탠퍼드 등 주요 대학병원도 암 치료 과정에서 침술 등 한방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환경은 자신의 방법만 옳다며 서로 반목만 거듭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융합의학을 해외에서 역수입할 수도 있다고 최 회장은 우려한다.
양의학과 한의학이 국내에서 유독 배타적이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YS정부 시절 의료일원화를 추진한 적이 있었다. 일정 기간 양·한방 과정을 수료하면 서로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나는 강하게 반대했다. 두 의학을 융합해서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방법론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단기간의 교육으로 자격증만 주면 국민 건강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졌는지 의료일원화는 더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두 의학이 상호보완의 길을 찾지 못하면 배타와 폄하라는 경쟁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융합의학 방법론을 찾으면 양상은 달라진다. 사실 융합의학은 두 의학이 아카데믹하게 잘 발전돼 있는 대한민국이 제일 유리하다. 양의사와 한의사가 협력하면 의학뿐 아니라 코로나19 천연 치료제를 포함한 다양한 천연물 신약 개발, 전 세계 환자들이 융합치료를 받으러 오는 의료관광까지 분야를 확대할 수 있다. 최근 K팝과 K무비, K드라마 등이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융합의학이 활성화될 경우 K컬처에 비견되는 K메디로 국부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다. 융합의학을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의사와 양의사가 더는 반목과 오해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
“한국형 융합의학을 전파하고 세계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밀한 임상 연구와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대학원대학과 연구소를 준비 중이다. 대학원대학에서 한의사와 양의사가 융합의학을 연구해 최고의 의학을 창출하고, 암뿐만 아니라 외과의가 수술하면, 한의가 나쁜 피를 없애고 근육과 인대를 튼튼히 하는 멋진 융합치료의 장을 여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국민의 건강 앞에서 서로 반목하지 않고 협력하는 의료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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