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참변’ 신림동 주택서 한 발언 도마에
윤석열 대통령이 8월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호우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의 재난 대응을 둘러싼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발언을 내놓으면서 논란에 기름을 끼얹는 모양새가 됐다. 윤 대통령이 일가족 참변 현장을 찾아 '전날 퇴근하며 일부 지역에 침수가 시작되는 걸 봤다'는 목격담을 전하면서다.
집중호우 상황에서도 자택으로 퇴근한 윤 대통령의 처신을 두고 야당과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는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참사 현장에서 내놓을 발언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문제적 발언'은 9일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의 사망사고 현장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집중호우 대처 관계기관 긴급 점검회의'와 국무회의를 주재한 뒤 곧바로 관악구 신림동 주택가의 한 다세대주택을 찾았다.
해당 빌라 반지하에 거주하던 40대 자매와 10대 여아 1명은 간밤에 중부지방을 덮친 폭우로 고립돼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자매 중 언니는 발달장애가 있었다.
노란색 방위복을 입고 침수 현장을 찾은 윤 대통령은 "지하라도 고지대는 괜찮은데 저지대이다 보니, 도림천 범람하면 수위가 올라가 직격탄을 맞는구나"라며 "제가 사는 서초동 아파트는 언덕에 있는데도 1층이 침수될 정도였다. 퇴근하면서 보니 벌써 다른 아래쪽 아파트들은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말했다.
집중호우가 시작된 지난 8일 오후 퇴근길에 일부 지역이 침수되는 상황을 직접봤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집무실에서 재난 상황을 컨트롤하지 않고 서초구 자택으로 퇴근한 윤 대통령의 처신을 두고 따가운질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온라인에서는 곧장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재난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한 시민은 "퇴근할 때 침수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면 차를 돌려서 집무실로 돌아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대통령실은 전날 오후 9시부터 대통령이 보고 받았다고 하던데 그 전엔 침수되는 걸 보고도 아무것도 안한 것인가"라고 쓴소리를 냈다.
또 다른 네티즌도 "국민이 '현장'을 강조한 것은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이 사망한 곳을 뒤늦게 찾아가란 뜻이 아니"라며 "그런 일을 최대한 막을 수 있도록컨트롤타워 역할 수행에차질없는현장에 있으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은 신림동 침수 현장에 도착, 반지하 창문 앞에 쪼그려 앉아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으로부터 관련 상황 보고를 들은 뒤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사고가 일어난 것이 몇 시냐"고 물었고, 최 본부장이 "(어제) 22시쯤에(일어났다)"라고 답하자 "아, 주무시다 그랬구나"라고 탄식했다.
피해 가족이물이 밀려와 문을 못 열고 나왔다는 최 본부장설명에 윤 대통령은 "그런데 어떻게 (지금은 물을) 뽑아냈느냐"고 묻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해당 빌라로 들어간 뒤 70대 남녀 주민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피해 가족의 사정을 듣고선 "어제 여기가 밤부터 수위가 많이 올라왔구나. 그런데 여기 있는 분들은 어떻게 대피가 안 됐나 보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윤 대통령이 "물이 올라온 것이 한 시간도 안 걸렸다고…"라고 묻자, 한 주민은 "한 시간이 뭐냐. 15분도 안 걸렸다. 저쪽(집)은 아빠가 와서 주차장 쪽에서 방충망을 뜯었는데 여기(피해 가정)는 뜯을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지하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일부 내려가다 가득 찬 흙탕물 때문에 돌아선 윤 대통령은 "하천 관리가 문제"라고 짚었다. 이후 윤 대통령은 국가 하천 및 지방 하천, 지류 전반의 수위 모니터 시스템을 개발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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