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1위는 이재명’ 더욱 강해진 그의 영향력 [202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또는 행정관료] 이재명-이준석-한동훈 ‘톱3’…이재명 40%대 지목률로 존재감 과시
‘장외’ 이준석, ‘권성동·장제원·안철수’ 제치고 여권 인물 중 1위

이재명은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항상 뜨거운 이름이다. 변방의 비주류는 어느덧 야권의 구심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대선에서의 석패 후 국회 진출에 성공한 이 의원은 이제 당의 수장 자리에까지 성큼 다가서고 있다. 그를 둘러싼 거대한 팬덤이 형성됐고 당내 이른바 ‘계파’도 만들어졌다. 오랜 기간 혈혈단신이던 이 의원의 주변엔 이제 어딜 가나 사람들이 운집한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은 그를 견제하는 이들조차 완강히 부정할 수 없는 커다란 흐름이 돼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2년 연속 1위에 “무거운 책임감 느껴”

올해 실시된 시사저널의 ‘202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 결과에도 이러한 ‘어대명’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 의원은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또는 행정관료’ 분야에서 지목률 44.8%로 선두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 여권과 야권으로 나눠 영향력을 조사했지만, 올해부터 여야 구분 없이 정치인·행정관료 항목으로 통합해 조사를 실시했다. 현직 대통령인 윤석열 대통령은 해당 조사에서 제외했다.

선두에 오른 이 의원은 지난해 조사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여권 정치인’ 분야에서 73.8%를 얻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당시 치열한 대선 경선 경쟁을 벌이고 있던 2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크게 앞지른 결과였다. 올해 전문가 조사와 별도로 처음 진행된 일반 국민 조사에서도 이 의원은 41.0% 지목률을 얻어 1위에 올랐다. 2년 연속 해당 분야 1위 자리를 지킨 데 대해 이재명 의원실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재명의 정치 기조는 ‘오직 국민, 오직 민생’이다. 개인의 안위나 이해타산보다 공동체 발전을 위해 온몸을 던지는 것을 정치인의 숙명으로 알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뜨거운 관심만큼 이 의원이 있는 곳엔 항상 뜨거운 논쟁과 논란도 잇따른다. 대선 패장의 계속된 도전에 당내에선 거센 책임론이 불거졌고 계파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 의원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이른바 ‘개딸’ 팬덤은 당내 비(非)이재명계와의 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당 바깥에서 이 의원의 각종 의혹들과 관련한 검경의 칼날이 그를 매섭게 압박하고 있다. 이것들 모두 당권과 대권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이 의원의 정치 여정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대선 패배 이후 쉼표 대신 오히려 찬바람 부는 중앙정치 한가운데 선 그가 5년 후 대선에서 어떤 장면을 만들어낼지, 이 역시 스스로 자신의 최대 강점이자 동력으로 꼽은 ‘위기 돌파 능력’에 달린 듯 보인다. 이재명 의원실은 “이 의원은 국민께서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늘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며 “이재명의 정치가 국민 삶에 뚜렷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더욱 매진하겠다. 할 일은 꼭 해내는 성과로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사진취재단·연합뉴스·시사저널 박은숙

윤핵관 이긴 이준석…‘소통령’ 한동훈 급부상

이번 시사저널 ‘영향력 있는 정치인·행정관료’ 조사에서 여권의 두 ‘원외’ 인사가 이재명 의원과 함께 ‘톱3’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7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후 당내 주류들과의 전면전을 불사하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그리고 윤석열 정부 ‘소통령’으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전문가 조사에선 이 전 대표가 22.2%로 2위, 한 장관이 20.6%로 3위를 기록했고 일반 국민 조사에선 한 장관이 29.0%로 2위, 이 전 대표가 23.6%로 3위에 올랐다.

징계 이후 장외 정치를 이어가던 이 전 대표는 당내 친(親)윤석열계의 거센 견제 속에 당 대표직에서 해임되는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을 거치며 이 전 대표는 되레 차기 당권, 나아가 대권주자로까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탄압받는 모습이 부각될수록 그의 체급은 더욱 올라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이 전 대표는 윤핵관 중 핵심이자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권성동 원내대표(13.0%), 장제원 의원(5.4%)을 크게 앞질렀다. 또 가장 대척점에 서있는 또 다른 당권 주자 안철수 의원(5.2%)보다도 훨씬 큰 영향력을 과시했다.

정치인 이준석의 운명은 이제 법원의 손에 맡겨졌다. 최근 당내 친이준석계 인사들까지 ‘명예로운 퇴진’을 요구했지만, 이 전 대표는 끝내 당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대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후회 없는 결말’을 택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 친윤계 중 어느 한쪽은 중대한 치명타를 입을 전망이다.

전문가 조사에서 3위에 오른 한동훈 장관은 윤석열 정부 행정관료 중 가장 높은 지목률을 기록했다. 9.0%로 5위에 오른 한덕수 국무총리보다도 앞서 명실상부 ‘실세 장관’임을 입증했다. 한 장관 역시 공격받은 만큼 체급이 커진 경우다. 장관 지명 전부터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주목받은 그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에서 야권의 집중 견제에 선방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여기에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이라는 커다란 권한까지 주어지면서 현 정부 ‘소통령’으로 더욱 강하게 자리매김했다. 최근 범보수진영 차기 지도자를 묻는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큰 힘에는 큰 견제와 큰 책임이 따르는 법. 당장 야권에선 현 정부의 인사 참사에 대한 한 장관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의 위법성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한 장관의 ‘자녀 스펙’ 등 여러 의혹도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가 윤 대통령과 강한 일체감을 가진 ‘윤석열의 사람’이자 운명 공동체라는 점이 향후 그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밖에 광역단체장이자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7.4%)과 김동연 경기지사(5.4%)가 전문가 조사에서 6위와 7위를 기록했다. 특히 오 시장은 일반 국민 조사에선 13.8% 지목률로 4위에 올라 잠재적 대권 경쟁자 안철수 의원(13.6%)을 제치기도 했다. 또 다른 대권주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일반 국민 조사에서만 7.8%로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일반 국민 조사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도 10.4%(8위)로 순위권에 들었다. 의 유산인 민주당 내 친문재인계 인사들이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등 활약하고 있지만 예전만큼의 세를 과시하진 못하고 있다. 새로운 리더 없이 여전히 문 전 대통령이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탓으로 읽힌다. 문재인 정부 인사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활발한 언론 노출의 영향으로 전문가 조사에서 10위(4.8%)에 올랐다.

‘202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조사하고 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100명씩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인 조사를 신설해 일반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6월30일부터 7월18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 국민 조사는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포인트다. 올해 5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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