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이재명 기소하면 야당탄압이 확실…이상민 탄핵 추진해야”

[인터뷰]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 
“총부리 왜 내부 향하나…당헌 80조 개정 논의는 불필요”
“윤석열 정부는 폭주기관차…멈추려면 장관 탄핵 해야”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으로 굳어지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경종을 울리는 인물이 있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고민정 후보 얘기다. 강원‧대구‧경북‧인천‧제주 지역 순회경선 득표율 합산 결과, 고 후보는 22.24%를 얻어 안정적 2위에 올랐다. 당선권에 든 인물 중 유일한 ‘비명(非이재명)계’다. 고 후보가 선거에서 선전하는 만큼이나, 비명계의 기대는 커지고 ‘친명(親이재명)계’의 견제는 거세지는 흐름이다.

그러나 고 후보는 계파 갈등 구도에 누구보다 반기를 드는 인물이다. 고 후보는 12일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비명계로 분류되는 것을 부인하지 않지만, 계파 정치가 ‘플러스’의 정치가 될 순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눌 시간에,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정치탄압에 대한 공동의 공세 전선을 짜야한다는 입장이다. 고 후보는 최근 도마에 오른 윤 정부의 폭우 피해 부실 대응 논란과 관련해서도 가장 먼저 목소리를 키우며 투사로 변모했다. 고 후보는 경찰국 신설 문제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을 추진하는 등 ‘강한 야당’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고민정 후보 ⓒ 고민정 의원실 제공

당선권에 든 유일한 비명계 최고위원 후보다. 전당대회가 진행될수록 계파 갈등 구도가 부각되고 있는데. 출마선언문에서 언급한 “연대하고 단결하는 민주당”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계파 갈등이라는 현실 한복판에 있는 게 바로 고민정이다. 계파로 구분하는 것이 ‘플러스의 정치’가 될 수 없다는 데 공감한다. 팬덤정치 자체를 부정하고 싶진 않다. 팬덤 정치는 민주당의 큰 자산이고 자양분이다. 다만 그 기류가 심해져서 서로를 죽이는 형국이 되어선 안 된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을 독려해야지, ‘분열의 목소리’라고 지탄하고 내부 총질해선 안 된다.”

계파 갈등의 중심엔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있다. ‘이재명 방탄’ 논란을 부른 당헌 80조 개정 이슈를 두고서도 찬반이 뜨거운데.

“당헌 개정의 기본 전제는 이 후보가 기소되는 것이다. 왜 이 후보의 기소를 기정사실화 하나. 만약 이 후보가 기소된다면, 그것은 100% 확실한 ‘야당 탄압’이다. 비슷한 사례에 대해 검찰과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조치했는지를 보라.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를 둘러싼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제주지사 시절 이른바 ‘오마카세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교수는 표창장 위조 혐의로 구속까지 됐는데, 김건희 여사의 허위학력 의혹에 대해선 소환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비슷한 사안에 대해 다른 태도를 취하니 야당 탄압이란 거다. 부당한 기소에 대응하는 공동 전선을 쳐야한다. 당헌을 개정하자는 논의 자체는 혼란을 가속화할 뿐이다.”

이미 당헌 80조 개정에 대한 논의는 시작됐다. 당원 5만 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했기 때문에 지도부는 답을 내놓아야만 하는 상황인데.

“당헌 80조 3항을 봐야 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기소에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징계를 할 수 없다. 이 후보의 기소는 윤 정부의 야당 탄압 때문인 게 확실하므로, 이 후보가 징계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논의가 불필요한 이슈다.”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고민정 후보 ⓒ 고민정 의원실 제공

출마 선언문에서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최근엔 대통령실을 둘러싼 폭우 피해 부실 대응 논란과 관련해 공세를 주도하고 있는데. 윤 정부의 어떤 점을 가장 부정적으로 평가하나.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둔감함이다. 윤 대통령이나 참모들 행태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을 너무 하찮게 여기는 것 같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해선 안 되지만 추세는 봐야 한다. 윤 정부가 들어선 이후 현재까지 계속 하락세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 기록을 갈아치우긴 힘들 거다. 국민은 지지율로 경고음을 보내고 있는데, 대통령은 뭐하나.

이번 폭우 피해와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은 참사 현장에서 ‘퇴근길에 이미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말했다. 백 번 무릎 꿇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참모들은 ‘비가 오는데 퇴근도 안 하나’라고 한다. 국민에 사과해도 시원찮을 판에 대통령을 감싸고도는 행태를 보면서 두 번 분노하는 거다. 이들은 대통령 참모로서 자격도 없다. 비 피해여서 망정이지 만약 전쟁이었으면 파국을 돌이킬 수도 없다. 인재를 보는 눈이 그것밖에 되지 않아서 대한민국을 이 지경까지 만드는 장본인은 윤 대통령이다. 결국 모든 잘못은 윤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

원내 제1당으로서 무조건 정부 비판만 해선 안 되지 않나. 윤 정부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윤 정부가 잘 되기 위해선 사람들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가까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수 만 가지를 들어 설명했는데, 윤 대통령은 결국 집무실 이전을 강행하고 고집을 부렸다. 첫째도 둘째도 윤 대통령이 주변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지금 보면 여당의 말도 잘 듣지 않는 것 같다. 국민 목소리도 무시하지 않겠나. 윤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귀를 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잘 하고 있다고 보나.

“민주당도 답답하다. 서로 노선이 다르고 방식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 서로 비판하는 것이 과연 국민 눈에 어떻게 보일 것인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 하고 있다면 그래도 된다. 하지만 지금은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 특히 노동 현장에선 공권력이 강하게 개입해 노동자들의 부상이 속출하고 있다. 그 현장으로 달려가야 할 민주당의 에너지가 왜 안으로 향하나. 너는 무슨 계파냐, 무엇을 바꾸자 이런 걸 말하는 게 민심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거다.”

윤석열 정부가 시행을 한 달 앞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의 시행령 개정을 예고했다. 윤 정부가 전임 문재인 정부를 향한 사정정국을 주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데.

“시행령 개정을 통해 모든 법망을 피해가려는 의도가 빤히 보인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경찰국 설치부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시행령 개정까지, 이런 흐름을 끊어내지 않으면 저들은 폭주할 것이다. 쇠막대기를 써서라도 기차를 멈춰야 하지 않겠나. 이제는 장관 탄핵까지 고려해야 한다. 폭주기관차를 멈추려면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를 내밀 수밖에 없다. 이상민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

전당대회에서 친명계 후보들이 약진하고 있다. 친명 색채가 짙은 지도부가 꾸려지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고 후보가 지도부에 입성한다면 이에 대한 쓴소리가 가능하겠나.

“많은 당원들이 이재명 후보에 대한 애정을 많이 갖고 계시다. 저도 이 후보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덮어놓고 찬성하는 거수기가 되고 싶진 않다. 그게 당을 위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 후보는 실무적인 일을 많이 해온 분이기에 합리적인 분일 것이라 생각한다. 고민정의 논리와 의견이 맞는다고 판단하면 설령 이 후보 본인의 뜻을 바꿔야하는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충분히 그렇게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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