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의 힘’이냐 ‘스타 제작진의 역량’이냐
11월 공개 앞두고 방송가 전운 감돌아
드디어 《미스터트롯》이 2탄으로 돌아온다. 그동안 《미스터트롯2》가 방영되지 않은 것은 일반적인 방송계 풍토에 비춰 매우 특이한 일이었다. 보통 뭔가가 성공하면 방송사는 즉시 후속작을 준비한다. MBC 《놀면 뭐하니》는 ‘MSG워너비’ 등 그룹 결성 설정이 인기를 끌자 바로 연이어 ‘WSG워너비’ 특집을 내보냈다. 비슷한 내용이 너무 연달아 나온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방송사엔 성공의 기억이 더 중요했다. 특히 요즘처럼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선 방송사가 체면을 차릴 여유가 없다. 성공한 콘텐츠는 즉각 재생산해 또 다른 대박을 맞으려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말 놀랍게도 TV조선은 《미스터트롯2》를 즉시 준비하지 않았다. 상당히 의아함을 자아내는 일이었는데 마침내 올 연말에 2탄을 방영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1탄이 2020년 1월2일 시작됐으니까, 무려 3년여 만에 2탄이 나오는 셈이다.
TV조선은 2020년 연말에 《미스트롯2》를 방영한 후, 2021년 10월에 《미스터트롯2》가 아닌 《내일은 국민가수》를 방영했다. 이것은 방송사 이미지 쇄신과 시청층 확장을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TV조선 등 종편은 최신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있었고, 주 시청층이 중장년층이었다. 음악 장르로 따지면 트로트 방송사 이미지가 강했다. 트로트 프로그램이 당장 시청률이 잘 나온다 하더라도 이런 식의 이미지가 고착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젊은 세대를 겨냥한 《내일은 국민가수》를 편성한 것으로 보인다.
TV조선 예능 《미스터트롯2》와 MBN 예능 《불타는 트롯맨》(오른쪽) 홍보 영상 스틸컷ⓒTV조선·MBN 제공
서혜진 사단, MBN과 손잡아
《미스트롯2》 《국민가수》 이후엔 이들 프로그램의 입상자들이 나오는 후속작을 방영했다. 《화요일은 밤이 좋아》 《국가가 부른다》 등이었다. 《미스터트롯》의 후속작인 《사랑의 콜센타》나 《뽕숭아학당》 정도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모든 방송사가 고전하는 상황에서 기본 이상의 성공은 거뒀다. 그러다 보니 당장 《미스터트롯2》를 출격시켜야 할 정도로 다급하진 않았고, 올겨울 《미스트롯2》 입상자들의 계약종료 시점을 기다려 《미스터트롯2》를 편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마침내 한국 방송가를 뒤흔들고, 대중문화사를 다시 썼던 희대의 대히트작 《미스터트롯》의 2탄이 방영을 앞두게 됐다. 《미스터트롯》은 최종회 시청률이 35.7%에 달하고 결승전은 시청자 투표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국민적인 관심 속에 진행됐다. 보통 오디션 신드롬은 입상자들이 가수로 활동하면서 금방 시들게 마련인데, 그렇지 않은 거의 유일한 사례가 《미스터트롯》이다. 임영웅, 영탁, 이찬원, 정동원, 김호중, 장민호, 김희재 등 톱7의 이례적인 인기가 여전히 굳건하다. 이런 역사적인 프로그램의 2탄이기 때문에 대박은 따놓은 당상일 수 있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미스터트롯》 팀의 분열이다. 《미스터트롯》 성공의 당사자인 서혜진 PD와 노윤 작가 등 서혜진 사단이 TV조선과 결별했다. 이들뿐 아니라 황인영 PD 등 TV조선의 다른 제작진도 이탈했다. 서 PD 측은 MBN과 손잡고 《불타는 트롯맨》을 진행한다. 올 추석에 MBN에서 대형 트로트 쇼를 방영하고 여세를 몰아 연말에 《불타는 트롯맨》의 대박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미스터트롯》 콘서트를 제작했던 쇼플레이도 이번엔 《불타는 트롯맨》 콘서트를 제작하기로 했다.
반면에 TV조선은 원조라는 점을 강조한다.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인 김성주, 붐, 장윤정, 조영수 등을 유지했고, 그간 TV조선과 소원했던 송가인과 김호중을 출연시켜 화제성을 키운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불타는 트롯맨》이 서혜진 PD의 제작진 인맥을 중심으로 세를 불린다면, 《미스터트롯2》는 원조라는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출연자들 중심으로 위상을 지키려 한다는 느낌이다.
서 PD와 노 작가는 티저 영상에 직접 출연해 “MBN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면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만들었던 4년간의 노하우로 더욱 재미있고 화끈하고 감동 있는 오디션 만들겠다. 대한민국 남자 트로트 오디션, 결국엔 단 하나만 살아남는다”는 말로 선전포고를 했다. 방영 시점은 연말이지만 이미 기획 경쟁과 도전자 확보 전쟁이 시작됐을 것이다.
TV조선 예능 《미스터트롯》의 한 장면ⓒTV조선 제공
《미스터트롯》 최후의 7인 중 6인 (임영웅, 영탁, 이찬원,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쇼플레이 제공
도전자 면면 따라 판가름 날 듯
기본적으로는 원조인 《미스터트롯2》가 유리하다. 시청자는 방송사와 프로그램 제목, 주요 출연진 등으로 프로그램을 인식하고 선택하지, 제작진 위주로 보진 않는다. 하지만 서 PD와 노 작가가 만들어내는 재미를 시청자들이 선호한다는 건 이미 증명됐기 때문에, 그런 재미를 통해 《불타는 트롯맨》이 일격을 가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불타는 트롯맨》은 선점 효과까지 노린다. 《미스터트롯2》는 연말 방영이지만 《불타는 트롯맨》은 11월에 첫 방송을 할 것으로 보인다. 촉박한 준비기간에도 방영시점을 이렇게 잡은 건 확실히 선점 효과를 노린 전략일 것이다. 아무리 《미스터트롯2》가 원조라 하더라도 비슷한 프로그램의 시장 선점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런데 또 《미스터트롯2》가 아무리 타격을 입는다 하더라도 원조라는 위상의 효과는 《불타는 트롯맨》이 결코 따라갈 수 없다. 결국 《미스터트롯2》가 우위인 가운데 《불타는 트롯맨》이 추격하는 구도가 될 것이다.
이 트로트 오디션 전쟁의 승패는 최종적으로 도전자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유명한 방송사의 유명 프로그램, 유명 제작진이어도 시청자가 열광할 대상은 도전자일 수밖에 없다. 《미스터트롯》이 기록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이 프로그램에 도전한 임영웅 등 톱7에게 기록적인 스타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디션이 스타를 배출하기도 하지만 결국 스타에 의해 그 오디션의 성패가 좌우된다. 제2의 톱7을 배출하려면 먼저 제2의 톱7이 될 만한 사람들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이 두 프로그램의 승패는 도전자 확보에서 갈릴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이 이미 시작된 후에는 늦다. 올여름부터 전개되는 도전자 선발전이 연말 트로트 오디션의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기존 오디션 출신, 기성가수, 지망생, 아이돌 등 모든 영역에서 도전자를 찾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미스터트롯2》는 1탄 당시 1억원이었던 우승 상금을 5억원으로 올렸다. 이런 조건도 인재들을 모으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지금 트로트 오디션 지망자들은 두 프로그램 사이에서 인생을 건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지망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쪽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
현실적으로 임영웅을 비롯한 톱7 같은 스타가 또 나타나기는 쉽지 않다. 오디션이 둘로 나뉘어 시청자 관심이 분산된다면 더 어려운 조건이 된다. 그 속에서 과연 또다시 국민 열광의 신드롬이 터지게 될까? 방송가에 전운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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