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친명계 세몰이’ 우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인터뷰]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
“친명계는 계파 아냐, ‘일꾼’ 이재명 인정해서 모인 것 뿐”
“개딸들 의견 표명, 민주주의 정점으로 가는 과정”
“친노·친문과도 가까워, 강한 리더십 곁에서 소통 창구 역할 할 것”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8월8일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는 출마 후보들 중 이재명 당대표 후보와 정치적 거리가 가장 가까운 ‘러닝메이트’다. 출마 고민부터 이 후보와 함께한 그는 이 후보가 대선 출마를 결심한 순간부터 15개월째 지근거리에서 돕고 있다. 박 후보는 8월8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인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대선 후 쉬고 있는 이 후보에게 다시 가혹한 짐을 떠안긴 책임이 제게도 있다”며 “따라서 그가 맞는 화살 하나라도 나눠 맞으며 함께 무한책임을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내내 수석대변인으로서 이 후보와 메시지의 일체감을 가져온 박 후보는 “최고위원이 되면 지도부에 대한 바깥의 쓴소리와 비판을 잘 듣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았고, 친노·친문과도 원활히 소통하는 능력을 인정받았다”며 “통합의 민주당을 위해 박찬대의 ‘쓰임’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데 대해선 “그저 이재명이라는 큰 ‘일꾼’을 돕기 위해 모인 것이지 계파는 아니다. 큰 나무 밑의 큰 그늘은 누구에게나열려있다”며 친명계를 향해'세몰이'라고비판하는 목소리에 반박했다.

최고위원 출마까지 고민이 길었던 것 같다.

“남들보다 출마가 늦었다. 이재명 후보와 함께 고민했다. 이 후보가 출마하기까지 오래 고민했고, 저도 쉽게 의견을 더하기 어려웠다. 이 후보 개인에겐 확실히 정치적 리스크가 큰 출마다. 또 대선부터 계속 달렸기 때문에 조금 쉬어야 할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럼에도 위기의 대한민국, 위기의 민주당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끌 인물이 절실했다. 97세대론이 나왔지만 과연 그들이 지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의아함이 있었다. 좀 더 검증되었고 또 실천력 있는 이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그렇다면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와 함께 무한 책임을 져야할 것 같았다. 든든한 리더를 세우는 데 러닝메이트로 함께 달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왜 박찬대가 최고위원으로 선출돼야 하는지’ 묻는다면.

“이 후보가 워낙 강하다보니 그에 따른 우려도 있다. 이를 해소하고 두루 신뢰를 줄 수 있는 조력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저는 그동안 계파 없이 정치를 해왔고, 친노와 친문에게도 사랑받으며 성장해왔다. 당내 다양성을 키우고 통합을 이루는 데 박찬대의 쓰임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정책능력도 갖추고 있다. 초선의원으로서 누구도 절대 고칠 수 없을 거라고 보았던 주식회사 외부감사 관련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이 시행된 후 우리나라 회계 투명성이 60위권에서 30위권으로 반등했다. 나아가 국민의힘과 교육부 관료들을 설득해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을 제안했다. 통과가 불가능할 거라고 대다수가 내다봤던 사립학교법 개정안도 끝내 관철시켰다. 이 모든 과정엔 끝없는 설득과 소통이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근거로 박찬대는 협상력과 돌파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

대선 때부터 이재명 후보와 줄곧 함께했다. 이 후보가 당의 리더가 돼야 한다고 굳게 믿는 이유는 무엇인가.

“1년 넘게 악전고투하는 이재명 후보를 지켜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다. 맷집도 한계가 있는데 어떻게 저렇게 견뎌내나 싶다. 특히 저는 인천 지방선거에도 책임이 있다. 인천시장 재선을 성공시키기 위해 대선 패배 후 칩거하고 있는 이 후보에게 다시 가혹한 짐을 떠안겼다. 그 힘든 길로 오라고 한 게 저였다. 그러니 그가 맞는 화살 한 개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이 후보와의 여정이 상당히 길 것 같다. 일단 그가 당대표가 되면 그 임무를 마치는 때까지 같이 뛰고, 유능한 정당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생각이다.”

‘박찬대는 이재명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그동안은 대변인이었기 때문에 그의 마음을 대신 전하는 역할에 집중했다. 대변인 하면서 한 번도 구설에 오른 적이 없었고 잘 해냈다고 평가 받았다. 그러나 최고위원 역할은 조금 다를 것이다. ‘박찬대는 내 말을 잘 들어줄 사람이야’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지도부에 대한 쓴 소리를 청취할 것이다. 또 신뢰를 바탕으로 그 쓴 소리를 지도부에 전달할 것이다.”

출마 선언문에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민주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법론이 있나.

“저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참석을 계기로 시민운동에 관심을 가졌고 그 후 마음이 더 뜨거워져 정치에 뛰어들었다. 국회의원이 되고 촛불을 경험하며 문재인 정부와도 함께했다. 친노·친문의 키맨은 아니지만 줄곧 그들과 마음을 나눴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당내 누구와도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자부한다. 그게 제 쓰임이다. 다양성은 원팀을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얼마든지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원팀을 깨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미 2015년 문재인 대표 시절 분당사태를 뼈아프게 경험하지 않았나. 모두 그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기에 분당은 지금 염려하지 않고 있다.”

‘분당’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보는 건가.

“분당 걱정은 안 한다. 과거엔 안철수라는 강한 구심점이 있었던 것인데 지금은 분당을 결단할 만큼 구심력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전당대회 중이기 때문에, 대결에 몰입하다보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얼마든 낼 수 있다. 또 유력주자가 아닌 후보가 네거티브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일종의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강훈식·박용진 후보가 분당이나 탈당을 할까. 상상도 하지 않고 있다. 깨끗하게 당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어찌 먼지 나는 것을 피할 수 있겠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8월8일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개딸’로 대표되는 당원들의 소통 방식에 대한 당내 논쟁이 뜨겁다. 이들의 목소리가 과다 대표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과다 대표되고 있는 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부 강성 지지층들이 욕설이나 위협을 하고 악담을 퍼붓는 건 절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그 태도는 분명 지적해야 한다. 하지만 그 안의 내용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도 당심과 지도부의 마음 사이에 괴리가 항상 있었다. 그러나 과거엔 그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당 지도부의 목소리만이 대표됐다. 왕정시대엔 왕이 누리는 모든 권리가 너무 당연하지 않았나. 그런데 민주공화국이 되니 왕정의 가치관은 논쟁이 되고 적폐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오히려 지금이 당내 민주주의의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뾰족했던 하이어아키(위계질서)가 평평해지고 있는 과정이다. 그런데 당원들이 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창구가 문자폭탄과 당사 앞 집회밖에 없다. 소통 창구를 조금 더 열어줘야 한다. 최고위원이 되면 당대표와 의논해서 소통을 넓히고 현장도 많이 다닐 것이다.”

일각에선 이재명 후보와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이 선거 과정에서부터 ‘세몰이’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부러우면 지는 거다. 일단 친명계는 계파가 아니다. 대선 때부터 계속 이재명 후보와 함께했던 후보는 저 단 하나 뿐이다. 한 명이 계파일 수 있나. 그리고 계파라면 공동체 이익보다 계파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데 우린 그렇지 않다. 그저 모두 이재명이라는 큰 일꾼을 돕기 위해 모인 것이다. 이재명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인정해서 모인 사람들을 비난할 순 없다. 친명계만 모여 선거 운동을 진행한다고 지적 받는데 모두에게 오픈된 일정이었다. 이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으니, 그 자리를 우리를 알리는 기회로 삼은 것뿐이다. 큰 나무 밑에 지는큰 그늘에서 바람을 쐬는 것이 계파인가. 큰 나무 밑 그늘은 누구에게도 열려 있다. 다른 후보들도 언제든 오시라.”

이재명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후보 ‘사법 리스크’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리스크로 규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 명백히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수사 아닌가. 법과 상식이 아니라 위법과 몰상식 그 자체다. 경찰이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 발표를 8월 중순에 내겠다고 한 것도 정치 보복이자 정치 개입이다. 그런데 전당대회에 몰입한 당내 경쟁자들이 이걸 ‘사법 리스크’라고 얘기한다. 가당치 않다. 또 대장동 까보니 뭐가 없었고, 성남FC 의혹도 이미 혐의 없다고 나온 걸 다시 꺼내들고 있는 것 아닌가. 남은 건 법인카드 의혹 하나인데, 그것 때문에 120군데 넘게 압수수색을 하며 몇 달째 뒤지고 있다. 일단 찌르고 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우리 당내에서 공격하는 건 부적절하고 내부총질이다.”

지도부가 되면 윤석열 정부를 향해 어떤 메시지를 중점적으로 낼 계획인가.

“당장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지켜야할 것 같다. 이를 여권이 개악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고 또 방송통신위원장을 자르려는 것도 막아야 할 것 같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가세해 TBS 예산을 빼앗고 있는데, 10년 전 아이들 밥 먹는 것을 갖고 투표했다가 정계를 떠난 분 아닌가. 이젠 방송의 입, 언로를 막으려 하고 있다. 항상 국민들 수준보다 뒤처져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결국 낭패를 볼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가 ‘세대교체’였다. 출마 당시 ‘10만 청년 당원 양성 플랜’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는데 어떤 내용인가.

“저도 청년위원장 출신이다. 19대 총선 출마했다가 컷오프된 적이 있다. 그 후 당으로부터 직능위원장 자리 제안을 받았는데, 그걸 포기하고 그보다 직급이 낮은 청년위원장을 신청했었다. 그때 만났던 청년들이 지금 우리 보좌진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이 대학생을 지나 청년이 되어서도 지속가능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민했는데, 당시엔 혼자 힘으로 해내지 못했다. 10만 청년 당원 양성은 최고위원이 되면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 청년들을 반드시 키워내겠다는 다짐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대선 후 개딸을 비롯해 청년들이 수십만 명 새로 입당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더 이상 바깥에서 갖춰진 사람들만 계속 데려오지 말고 내부에서 치밀하게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산도 많이 배정하고 시스템을 단단히 구축해, 훈련된 10만 청년 당원을 육성해내고자 한다. 그래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정당을 넘어 자력으로 빛나고 자력으로 집권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 것이다. 이것이 단순히 당대표를 97세대로 바꾸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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