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안팎 “멈춰라” 조언에도 법적 대응 나선 李 “가처분 신청 전자로 접수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달 7일 저녁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의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는 모습 ⓒ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따라 자동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 이준석 전 대표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당 안팎의 만류 분위기에도 법적 대응 방침을 고수한 것이다. 소송 방향에 따라 국민의힘의 내홍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는 10일 SNS를 통해 “가처분 신청을 전자로 접수했다”고 밝혔다. 직접 법원을 찾는 대신 소송 서류 일체를 온라인으로 접수했다. 전날 당 전국위원회 결정으로 5선의 주호영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돼 자동으로 대표직을 상실하게 된 지 하루 만이며, 지난달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지 약 한 달 만이다.
당 안팎에선 “당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전 대표의 소송을 만류하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이 전 대표 측은 전날부터 “가처분 신청 한다”며 예고에 나섰다. 전날 친이준석계인 김용태 전 최고위원이 이 대표와 별개로 추진하던 가처분 신청 접수를 포기하고, 이날엔 ‘이준석 키즈’로 불리던 박민영 대변인이 용산 대통령실 청년대변인행 의사를 드러내면서, 이 전 대표가 ‘고립무원’에 놓였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 전 대표 측은 비대위 체제 출범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된 만큼 승소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퇴한 최고위원들이 당을 ‘비상상황’이라고 정한 표결에 참여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또 의원총회를 통해 이미 ‘사고’로 규정한 이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가 비대위 출범 요건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전당대회를 통해 권한을 부여받은 이 전 대표를 하위기관인 전국위나 의총에서 자동 해임시키는 게 모순이라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지 기각될 지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지만, 인용될 경우 이 전 대표의정치적 존재감은대폭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법원은 정당의 사무에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무엇보다 이 전 대표 측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시간상 이미 출범한 비대위의 효력이 정지되기에 내홍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법원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명백한 하자가 증명되지 않을 경우 인용 처분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이 전 대표로선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 신청은 긴급한 권리 구제를 위한 절차인 만큼, 법원 판단은 이르면 이번주 중, 늦어도 다음주 중에는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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