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있는 곳이 상황실” 해명도 구설수
윤석열 대통령이 9일 발달장애인 가족이 폭우로 인한 침수로 고립돼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한 다세대주택을 방문한 뒤 다른 피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80년 만의 기록적 폭우에 수도권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잇따르던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자택에서 상황을 지시한 것을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야권에선 “위기대응능력이 없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SNS에선 ‘무정부상태’라는 키워드가 급속도로 번지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이 있는 곳이 곧 상황실”이란 대통령실의 해명도 또 다른 논란을 낳는 분위기다.
9일 트위터에선 ‘#무정부상태’라는 해시태그가 2만 여회 언급되며 실시간 차트에 올랐다. 윤 대통령이 이날 새벽 자택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발이 묶여 현장 점검 및 중앙재난안전상황실 방문을 하지 못한 것을 꼬집는 취지의 게시글이 대다수다. 한 누리꾼은 “대통령 집주변이 침수돼서 집에서 머물며 지휘한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전쟁이 나도 집에서 전화로 지휘할 것인가. 무정부상태라는 비판도 이 정도 수준이면 실질적 공포로 와닿는다”라고 비판했다.
야권에서도 “기록적 폭우에 윤석열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나”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정부의 재난 대응을 실시간으로 점검해야 할 윤 대통령은 끝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사실상 이재민이 되어버린 상황을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라고 꼬집었다.
80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이어지고 있는 8월9일 트위터에서 언급되고 있는 주요 해시태그들 ⓒ 트위터 캡처
특히 문재인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공세를 주도하고 있다. 전임 정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런 긴급 상황을 우려해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 집무실이 가깝게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대통령이 위기관리센터를 찾아 진두지휘했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무수석 출신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비서실, 경호실, 안보실의 수장들이 대통령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더라도 대통령을 집무실에 남겼어야 한다. 전날 대한민국엔 안보에 큰 공백이 생겼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종합적 상황을 고려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9시부터 이날 새벽 3시까지 실시간 보고받고 지침 및 지시를 내렸다”며 “이후에도 전날 상황이라면 똑같은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명 과정에서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있는 곳이 결국 상황실”이라고도 언급했다. 폭우 피해가 발생하는데 경호의전을 받으며 현장에 나가는 것보다 ‘대통령이 있는 그곳’에서 비대면 대응을 하는 게 낫다는 취지의 해명이었다.
다만 이는 과거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사라진 7시간’ 공세와 관련해 김기춘 비서실장이 내놓은 “대통령이 계시는 곳이 바로 대통령 집무실”이라는 답변과 맞닿아 있어 재차 논란에 휩싸였다. 김 실장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의문이 거세지자 “대통령은 아침에 일어나서 주무실 때까지 근무시간이고 어디 계시든 집무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출신 지자체장들도 부실 대응으로 도마에 오른 처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수방‧치수 예산을 삭감해 물난리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국민의힘 출신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지역구에 호우경보가 내렸을 때 SNS에 ‘먹방’ 게시물을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치권에선 이번 폭우 피해가 정부여당의 지지율을 끌어내릴 악재로 작용할지 우려하는 기류가 읽힌다. 이 때문에 여권은 폭우 피해 대응 및 복구 작업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비상 대비대체에 돌입했으며 연신 ‘총력 대응’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며 야권 공세에 대해선 “삼라만상 모든 것이 정쟁의 소재로 보이나”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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