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낮춘 가산금리가 2.83%…기준금리 0.5%p 높았던 2013년엔 1.09%
서울의 한 은행 대출 창구 앞 ⓒ연합뉴스
지난 7월 한국은행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2.25%로 올렸다. 지난 1월 기준금리가1.25%로 올라간지6개월 만에 1%포인트가 상승했다. 대출금리 역시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출금리 가운데 은행에서 정하는 가산금리가 더 가파르게 커지면서 금리 인상기에 잇속을 챙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현 기준금리(2.25%)보다 높았던 2012~2013년(2.5%~2.75%)에 비해 가산금리가 2~3배 높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가산금리, 대출금리의 절반 이상 차지
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 5대 은행(KB국민, NH농협, 신한, 우리, 하나)이 지난달 공시한 6월 취급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대출금리는 4.04~4.78% 수준이다. 이 가운데 이들 은행의 평균 가산금리는 2.83%다. 가장 가산금리 높은 은행의 가산금리는 3.06%였다. 대출금리 중 가산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는 셈이다.
통상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가감조정금리(우대금리)’로 결정된다. 여기서 기준금리는 은행의 자금조달비용과 관련성이 높은 코픽스(COFIX), CD 금리 등 공표되는 금리를 대출 기준금리로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가산금리다. 가산금리는 은행마다 리스크프리미엄, 자본비용, 목표이익률 등을 감안해 책정한다. 사실상 은행의 마진이다. 가산금리가 높을수록 은행의 수익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의 4월 주담대 대출금리는 4.31%였는데 가산금리는 3.48%에 달하기도 했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17개 은행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5대 은행 5곳 중 3곳은 가산금리를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그 폭은 0.18~0.44%포인트 수준이었다. 반면 다른 2곳은 0.23~0.4%포인트 올렸다.
서울 시내 은행의 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2013년 2.75% 당시 가산금리 1.09%…지금은 3%대
더 큰 문제는 가산금리 산정 기준이 고무줄이라는 데 있다. 현 기준금리보다 0.5%포인트 높았던 2013년 2월(2.75%)의 주담대 가산금리를 살펴보면 5대 은행 평균은 1.05%였다. 가장 높았던 은행의 가산금리는 1.09%였다. 당시 대출금리 평균은 4.06%였다. 지난 6월 주담대 대출금리 평균은 4.36%였다.
이는 현재 가산금리(2.83%)가 기준금리가 2.75%였을 당시의 가산금리(1.09%)보다도 2~3배 높은 수준이라는 얘기다. 이는 한국은행의 7월 금리인상 전인 1.75%였을 때 결정된 수준이다. 금리인상이 반영된 7월 금리는 더욱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문제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도 지적을 하고 나섰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금리인상과 가계부채 추이’ 보고서는 “지난해 이후 가계대출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금융채 금리가 상승한 것과 함께 은행 마진의 원천인 가산금리가 함께 오른 영향으로 이자 상환부담이 증가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에 은행들은 당시와 시장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비슷한 금리수준이라도 대손충당금 부담과 연체율 및 인건비 등 비용 상승으로 가산금리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금융권에 따르면 KB(2조7566억원), 신한(2조7208억원), 하나(1조7274억원), 우리(1조7614억원)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올 상반기에 총 8조9662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지금까지 최대 반기 실적이었던 지난해 상반기 8조909억원보다 10.8%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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