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친족 범위 대폭 축소…외국인 총수 지정은 무산

친족 범위 혈족 6촌, 인척 4촌→혈족 4촌, 인척 3촌으로
특수관계인서 제외됐던 사실혼 배우자는 새로 포함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동일인의 친족 범위 조정 등 대기업집단 제도 합리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재벌 총수와 사실혼에 있는 배우자를 친족에 포함하는 대신 친족 범위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내국인뿐 아니라 한국계 외국인도 총수로 지정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11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10일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동일인(총수)을 기점으로 대기업집단 규제 대상을 정하고 있다. 특히 총수와 그 친족 등은 ‘특수관계인’으로 규정해 규제를 적용받는 기업집단의 범위, 즉 계열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특수관계인은 동일인과 친족, 계열사·비영리법인 및 그 임원 등 동일인 관련자를 의미한다. 이를 토대로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특수관계인 등에게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도 있다. 이를 거부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할 경우 제재를 받게 된다. 하지만 친족 범위가 넓어 핵가족 보편화, 호주제 폐지 등으로 이들을 모두 파악하기 쉽지 않아 기업집단의 의무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공정위는 현행 시행령에서 혈족 6촌, 인척 4촌까지 규정하고 있는 동일인의 친족 범위를 혈족 4촌, 인척 3촌까지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를 적용하면 현재 대기업집단 친족 수는 절반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총수가 있는 60개 집단의 친족 수는 8938명이며,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4515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다만 친족 범위를 줄이는 대신 사실혼 배우자도 동일인 관련자로 명시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됐다. 단, 법적 안정성과 실효성을 위해 법률상 친생자 관계가 성립된 자녀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동일인 관련자로 분류된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사실혼 배우자가 계열사 주요 주주로서 동일인의 지배력을 보조하고 있는 경우에도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돼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었다”며 “법이나 국세기본법 등 주요 법령에서는 사실혼 배우자를 특수관계인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규정이 시행되면 일부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 구성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SM그룹의 경우 사실혼 배우자가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당히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대표적으로 바뀌는 부분이 될 것”이라며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동거인으로 알려진) 김모 씨가 티앤씨(T&C)재단 이사장을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시행령 개정과 관련 없이 동일인 관련자 범위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 내용에 외국인 총수 지정 요건은 빠졌다. 공정위는 외국인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대기업집단 총수로 지정하는 내용을 이번 시행령에 담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미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추가 협의를 요청하면서 무산됐다. 이에 미국 국적인 김범석 쿠팡 의장은 내년 5월1일 동일인 지정을 피할 가능성이 커졌다.

유 부위원장은 “시행령 개정 작업에 6개월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내년 지정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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