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재 심의 앞두고 동의 의결…막대한 과징금 의식했나
삼성전자에 대한 갑질 혐의를 받는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부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갑질을 한 혐의를 받는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제재를 받지 않는 대신 자발적으로 혐의를 시정하고 피해를 구제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24일 브로드컴이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 여부에 대해 심의하기로 했다. 와이파이와 위성항법시스템(GNSS) 장비 등을 제조하는 브로드컴은 스마트폰 부품을 삼성전자에 공급하면서 장기계약을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3년에 달하는 장기계약으로 삼성전자의 계약 선택권을 제한하고 경쟁업체의 진입을 막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급 독점권’ 조항을 계약서에 기재해 다른 회사에서 더 좋은 부품을 만들더라도 교체할 수 없도록 한 점이 문제가 됐다. 이는 공정거래법상에서 금지하는 경쟁사업자 배제 행위와 배타조건부 거래 행위라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은 브로드컴이 미국의 반도체와 통신장비 기업인 퀄컴을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맞서 퀄컴은 브로드컴의 장기계약 강요를 문제 삼아 ‘맞신고’하면서 공정위는 2019년부터 브로드컴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그 결과, 지난 1월 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한 데 이어 브로드컴에 제재 수위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업계에서는 브로드컴이 돌연 동의의결을 신청한 배경을 과징금과 연관 짓는 시선이 적지 않다. 앞서 업계에서는 브로드컴에 2016년 ‘퀄컴 사건’과 맞먹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공정위는 당시 퀄컴이 반도체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혐의를 적발해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이번 사건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는 점도 브로드컴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앞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사 배제 행위 등 거대 플랫폼의 독점력 남용 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공정위는 앞서 사건처리 과정에서 동의의결 제도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법 위반 혐의가 있는 기업은 제재를 피할 수 있고, 피해 사업자나 소비자는 손해 보상·가격 인하 등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어 모두에게 유용한 제도라는 판단에서다.
만일 공정위가 이달 말 전원회의에서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를 결정할 경우 브로드컴은 1개월 내에 피해구제 등 자진 시정방안이 담긴 동의의결 잠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후 공정위는 삼성전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동의의결안 확정 등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브로드컴의 동의의결이 받아들여질지 여부에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피해를 본 기업이 소수에 불과한 데다 신청 시점도 제재 심의 직전인 만큼 브로드컴의 동의의결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This article is from https://www.sisajournal.com/, if there is any copyright issue, please contact the webmaster to delete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