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이틀 만에 시금치 81%, 애호박 49% 올랐다

채소 도매가격 급등
정부, 예년 추석 공급량 1.4배 물량 푼다

11일 오전 8시 40분께 집중호우가 내리고 난 뒤 충남 보령시 오천면에 있는 논이 침수돼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에 폭우가 휩쓸고 가면서 가뜩이나 시름하고 있는 물가에 더 큰비상이 걸렸다. 주요 농산물 도매 거래가격이 불과 이틀 만에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면서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기습 폭우로 농산물 출하에 차질이 계속되면 추석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정부는 예년보다 성수품 공급을 40% 늘리고 650억원의 할인쿠폰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불과 2~3일 만에 채소 가격 두 자릿수 증가세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 채소 가격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특히 중도매인이 거래하는 도매시장에서 서울 지역의 시금치 4㎏ 가격은 지난 8일 4만2500원에서 지난 10일에는 7만7700원으로 올랐다. 가격 증가율은81%에 달한다. 같은 기간 애호박(20개 묶음)은 2만6500원에서 3만9500원으로 49% 뛰었다.청양고추(10㎏)도 4만2700원에서 4만9000원으로 14.7%의 증가세를 보였다. 불과 2~3일 만에 가격이 껑충 뛴 것이다.

도매 가격 상승은 일부 채소 소매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의 애호박 1개 가격은 지난 8일 1500원에서 지난 10일에는 1830원으로 올랐다. 22%가 오른 것이다. 같은 시장에서 상추 100g은 1250원에서 1500원으로 20%가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대형마트나 전통시장 등에서 판매하는 소매 가격은 아직 오름세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도매 가격이 오르면 소매가도 뒤따라 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곧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호우로 인해 침수된 논과 밭이 상당해 농산물 가격이 더욱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주 초부터 이어진 호우로 지난 10일 기준 전국에서 232㏊(헥타르·1㏊=1만㎡) 규모의 농작물이 침수됐다. 축구장 면적의 325배에 해당한다. 농작물의 경우 벼 침수 면적이 164㏊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채소(44.8㏊), 밭작물(10.6㏊), 인삼(9.6㏊) 순으로 뒤따랐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논은 물이 빠지고 난 뒤 벼의 병해충 예방을 신속히 진행하면 생육에는 큰 지장이 없다”면서 “다만 시설(하우스) 채소나 작물의 경우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행히 고랭지 재배 지역에는 피해 접수 규모가 크지 않아 출하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비 예보가 내주까지 예정돼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채소 물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20대 추석 성수품 23만 톤 공급 발표

문제는 비가 그친 후다. 배추, 무, 감자는 침수 후 다시 더위가 시작되면 무름병·탄저병 등 병해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들 작물을 비롯해 시설 재배 채소 등의 농산물 출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추석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최악의 물가난도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6.3%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채소류의 상승률은 25.9%에 달했다.

정부는 11일 배추와 무, 사과, 배, 마늘 등 20대 추석 성수품 23만 톤을 공급하는 내용이 담긴 ‘추석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예년 추석 공급량의 1.4배에 달하는 물량으로 20대 성수품 평균 가격을 현재 수준보다 7.1%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20대 성수품을 중심으로 할인쿠폰도 발행한다. 총 650억원 어치다. 지난해 추석 공급량 대비 1.8배로 역대 최대 규모다. 쿠폰의 할인율은 20~30%다. 1인당 사용 한도는 기존 1만원(전통시장·직매장 2만원)에서 2만~4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날 ‘제5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은 “고물가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명절 기간 장보기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역대 최대 규모로 추석 성수품을 공급을 하고 정부도 할인 쿠폰 등으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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