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또는 경제관료] 2위 정의선, 3위 최태원…톱10 중 기업인 8명
국내외 경제 위기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가 이번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오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동안 이 부회장의 손발을 묶고 있는 사법 족쇄를 풀어 글로벌 반도체 전쟁과 경제 위기 극복의 선봉장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정·재계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사실은 시사저널 조사 결과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시사저널이 올해 실시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경제인 또는 경제관료 부문 조사에서 전문가(500명)와 일반인(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이 부회장이 1위를 차지하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혔다. 전문가와 일반인 1000명 중 854명이 이 부회장을 지목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이후 7년 연속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인으로 꼽히면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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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의 1위 이재용…경제 위기 속 영향력 커져
주목되는 사실은 이 부회장의 영향력이 최근 3년 사이에 크게 상승했다는 점이다. 2020년과 2021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사저널 조사에서 이 부회장은 각각 81.1%와 74.9%의 지목률을 기록한 바 있다. 영향력이 하락하는 추세였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서 이 부회장의 지목률은 지난해보다 12.9%포인트 상승한 87.8%를 기록하면서 2020년보다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는 일반인 조사에서도 이 부회장의 지목률은 83.0%에 달했다.
국내 경제 위기와 글로벌 반도체 전쟁으로 이 부회장의 역할론이 부각되면서 그의 영향력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부동의 1위 삼성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으로 자산총액 483조원이며, 종업원 수만 11만 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국내 경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삼각파도가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삼성 같은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기 침체 극복의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삼성전자는 중대 기로에 놓였다.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개편 계획이 사실상 중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구상이라 미·중 양 시장의 의존도가 높은 삼성 입장에선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양국의 관계가 악화되면 당장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인 8·15 광복절 특사 명단에 오르면서 그의 역할론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시사저널이 7월26일 여론조사기관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8·15 광복절 특사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부회장 사면에는 10명 중 7명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아 복역하다 지난해 8월 광복절 기념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형기는 7월29일 종료됐지만, 5년간 취업 제한 규정을 적용받게 돼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해서는 사면을 통한 복권이 필요하다는 재계의 요구가 많은 상황이었다.
이번 이 부회장 사면에는 정부의 기조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7월2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부회장 등 기업인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8월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업 총수 사면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로 삼성은 반도체 산업과 미래 신사업 발굴에 5년간 450조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사면을 통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고조 속 기업인 사면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투자 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4위였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해 2위를 차지했다. 그는 전문가 조사에서 26.6%의 지목률을 기록해 지난해 대비 16.4%포인트 상승하면서 인지도가 올라갔다. 일반인 조사에서 정 회장은 18.4%로 4위를 차지해 전문가 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 조사는 다양성과 의외성이 강한 반면 일반인 조사는 대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정 회장은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2020년부터 총수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특히 정 회장 주도로 현대차는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며,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퍼스트 무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는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고급화 전략으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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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경제 관료, 10위권 신규 진입
현대차의 탄탄한 실적이 이를 방증한다. 현대차는 연결 기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2조979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8860억원)보다 58.0%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2년 2분기에 달성한 기존의 최고 영업이익(2조5372억원)을 넘어선 기록이다.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18.7% 증가한 35조999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을 8조원 안팎으로 예상한 증권가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영업이익 전망치를 상향하는 분위기다.
정 회장에 이어 전문가 조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22.2%), 구광모 LG그룹 회장(11.4%) 등이 각각 3위와 5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10위권에 처음 진입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6.0%)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5.2%)은 올해 각각 7위와 8위를 차지했다. 반면 일반인 조사에서는 최태원 회장(26.8%·2위), 정의선 회장(18.4%·4위), 정용진 부회장(11.2%·5위), 구광모 회장(9.4%·6위) 등 순서로 지목률이 나왔다. 일반인 조사에서 김범수 의장은 순위권에 들지 못했으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3.8%·10위)은 10위권에 진입했다.
조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21.4%·4위)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8.0%·6위) 등이 경제인 또는 경제관료 중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혔다. 최근 국내외 경제 위기의 최전선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관료로서 두 사람이 주목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난해 영향력 있는 경제인 2위로 꼽힌 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올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장관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순위권에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조사하고 있다. 그동안은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100명씩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비중을 조정해 10개 분야에서 50명씩 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신 일반인 조사를 신설해 일반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조사는 6월30일부터 7월18일까지 진행됐다. 전문가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일반 국민 조사는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포인트다. 올해 5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두 조사 모두에서 구조화된 질문지를 조사도구로 활용했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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