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총수 지정 재검토에 가슴 쓸어내린 쿠팡

美 최혜국 대우 위배 우려에 발표 3일 만에 입장 선회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쿠팡 제공

쿠팡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외국인도 대기업집단 총수(동일인)로 지정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3일 만에 재검토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써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총수 지정에 따른 각종 제약을 당분간 피하게 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31일 외국인 대기업집단 총수 지정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 추진 방안을 전면 취소했다. 같은 달 28일 개정안 입법 예고 계획을 밝힌 지 3일 만이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에 외국인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대기업집단 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동일인 정의·요건 규정을 담을 계획이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시행령 개정 계획이 쿠팡을 겨냥한 조치라는 견해가 많았다. 공정위는 지난해 쿠팡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지만, 쿠팡의 사실상 동일인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총수로 지정하지 않았다. 그의 국적이 미국이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쿠팡은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남게 됐다.

이를 두고 특혜 논란이 일었다. 대기업집단 총수로 지정되면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 제출과 공시 의무가 부여되고, 총수 일가 사익편취 등 각종 규제도 적용받는다. 김 의장은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달리 이런 제약들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됐다. 특히 김 의장이 그동안 쿠팡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사고를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온 까닭에서다. 실제, 그는 연이은 노동자 사망 사고 등을 이유로 국감 증인 출석 요구를 수차례 받았지만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6월 김 의장이 쿠팡 등기이사 등 국내 모든 직책에서 사임한다고 발표하면서 그를 둘러싼 부정 여론은 극에 달했다는 평가다. 당시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한 행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의무를 위반해 직원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쿠팡은 그동안 노동자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타격이 가장 큰 기업 중 하나로 거론돼왔다.

여론이 들끓자 공정위는 연구 용역을 거쳐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시행령 개정 발표 3일 만에 입장을 선회한 건 미국 상무부는 우려를 표했기 때문이다. 동일인 제도를 외국인에게 적용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혜국 대우 조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 조항에는 다른 나라의 투자자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동일한 대우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정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이 한미 관계와 해외 자본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계부처의 지적에 따라 재검토에 나선 상태다. 공정위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기획재정부 등 개정안 내용 및 향후 추진 일정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한미 FTA상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배 가능성 등 통상 마찰 우려를 불식하는 것이 협상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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