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납입 관련 세액공제 혜택 강화가 핵심
수령 연금 과세 방법 변경되는 만큼 꼼꼼히 챙겨야
7월21일 윤석열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이 발표됐다. 경제 활력 제고와 민생 안정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와 조세원칙에 맞게 과세체계를 정비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개인 관점에서는 근로소득세, 퇴직소득세, 주식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소득과 재산 관련 세금 부담이 전반적으로 완화된다. 무엇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연금 관련 납입금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 강화와 수령 연금에 대한 과세 방법 변경이다.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2023년부터 연금계좌 세액공제 대상 납입 한도가 확대된다. 연금저축계좌의 경우 기존에는 급여소득 또는 종합소득, 그리고 나이에 따라 300만, 400만, 600만원 등의 한도가 각각 적용됐다. 개편안에는 소득과 나이에 관계없이 600만원 한도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퇴직연금계좌(DC, IRP)까지 합한 총한도도 급여소득(종합소득) 1억2000만원(1억원) 이하의 50세 이상 가입자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적용되던 900만원 한도가 모든 가입자로 확대된다. 세제 혜택을 단순화하고 확대하는 조치다.
7월21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한 참석자가 개편안 내용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2023년부터 바뀌는 세제 개편안 내용은?
이번 세제 개편으로 인해 급여소득 1억2000만원 이하 50세 이상 연금계좌 가입자는 달라지는 게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이들에게 적용되던 600만원과 900만원 한도는 당초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던 조치였기 때문이다. 고령화 속도는 빨라지는 반면 노후 빈곤율은 개선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해 소득과 나이에 상관없이 개인들의 자발적인 노후 준비를 지원하겠다는 정책적인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세액공제율은 급여소득(종합소득) 5500만원(4000만원)을 기준으로 이하인 경우 15%, 초과하는 경우 12%로 종전과 동일하다. 한도 증액으로 인한 세액공제 증대 효과만 있는 셈이다. 소득 구간별로 증대 정도를 살펴보자. 급여소득 5500만원 이하 가입자는 연간 최대 세액공제액(주민세 감안)이 115만5000원에서 148만5000원으로 33만원(28.6%) 늘어난다. 5500만원 초과 가입자의 경우 92만4000원에서 118만8000원으로 26만4000원 증가한다.
세액공제 한도 증대는 그만큼 연금계좌 납입액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저축계좌나 IRP 가입자들은 대체로 매년 한도액만큼만 납입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금 판매 금융회사들이 세액공제 효과를 겨냥한 마케팅과 영업활동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2021년 연금저축통계에 따르면, 가입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매년 세액공제 한도액 내에서 비교적 일정한 금액을 납입하는 패턴을 보였다. 세액공제 인센티브가 연금 납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수령 연금에 대한 과세 방법 변경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연금계좌에서 연금을 수령하는 경우 그 원천이 세액공제를 받았거나 운용 실적으로 인해 증가된 금액만큼 소득세를 납부한다. 종전에는 연금소득이 12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종합과세가 적용됐다. 2023년부터는 종합과세와 15% 분리과세 중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연금 수령자가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또는 다른 소득원과 합산할지 아니면 분리할지, 유리한 쪽을 고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금이 1200만원을 초과하는 수령자는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까. 종합과세 세율이 15%보다 높다면 당연히 분리과세를 선택하는 게 정답이다. 종전의 과세표준 구간에 따르면 연금소득을 포함한 종합소득이 4600만원 이하인 경우 종합과세든 분리과세든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도 달라지기 때문에 고민이 필요하다.
변경되는 소득세 과세표준에 따를 경우 연금과 다른 소득을 합산한 소득이 1400만원 이하라면 종합과세가 유리하다. 적용 세율은 6%로 수령 시점 연령에 따라 1~3%포인트의 부담이 늘어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1400만~5000만원 사이라면 종합과세와 분리과세의 차이가 없으며, 5000만원을 초과한다면 무조건 분리과세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소득이 많을수록 연금의 세제 혜택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구조다.
여기에서 한 가지 드는 의문은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하면서 연금소득의 종합과세 합산 기준을 왜 1200만원으로 고정했느냐는 점이다. 6% 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1400만원으로 올리면서 연금소득의 분리과세 기준도 동일하게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1200만~1400만원 구간의 연금 수령자가 종합과세를 선택할 경우 종전의 세율(6%)과 차이가 없고, 잘 몰라서 분리과세를 선택한다면 오히려 세금 부담이 증가하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다운사이징 때 연금계좌 추가 납입 가능
은퇴 이후 소득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가가 세금이나 사회보장기여금 등에서 감면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연금소득의 경우 소득세 과세표준과는 별도로 3~5%의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것도 그러한 혜택 중 하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15%의 분리과세를 도입하기보다는 연금소득의 종합과세 기준을 1400만원으로 올려 해당 금액까지는 3~5%의 세율을 적용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만 과세표준상 누진세율로 부과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경감 효과를 도모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변화 외에도 2022년 세제 개편(안)에는 또 한 가지 주목할 대목이 있다. 부부 중 1인이 60세 이상인 1주택 고령가구가 가격이 더 낮은 주택으로 이사한 경우 그 차액(1억원 한도)을 연금계좌에 추가 납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가주택에 거주하고 있지만 소득이 적은 은퇴 가구의 경우 주택 다운사이징을 통해 지출 재원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은데, 차액 중 일부를 연금계좌에 납입함으로써 연금소득을 늘릴 수 있다.
자가주택을 연금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주택연금이라는 제도가 있다. 부부 중 1인이 55세 이상이고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가구가 가입 대상이다. 죽을 때까지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생활한 후 사망 시점의 주택 가치가 대출액보다 크면 상속이 가능하고, 적더라도 차액에 대한 상환 책임을 지지 않는다. 가입 대상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확대하는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인데,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 다운사이징과 연금계좌 추가 납입을 결합하는 것도 좋은 노후 대책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2023년부터 시행되는 연금제도와 세액공제 대상 납입한도 확대, 연금소득에 대한 과세 방법 변경, 주택 다운사이징에 따른 연금계좌 추가 납입 등을 차례로 살펴봤다. 이는 기존 제도에 비해 연금 가입자와 연금 수령자를 배려하는 진일보한 조치임이 분명하다. 연금 가입자나 은퇴 준비자들이 변경되는 제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세제 개편을 계기로 연금 제도의 개선과 개혁에도 탄력이 붙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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