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선보인 체험형 매장 ‘나이키 스타일 홍대’ 현장 르포
인스타그래머블·젠더리스·커스텀·환경 키워드 심어
7월27일, 평일 오전인데도 대기 줄은 만만치 않았다. 뜨거운 날씨에도 매장을 찾아온 이들이 길게 줄을 섰다. 오픈 시간에 맞춰 갔지만 라운지 대기 등록을 하고 입장하기까지 근 한 시간이 걸렸다. 나이키가 세계 최초로 한국에 선보인 체험형 매장, 서울 홍대에 위치한 ‘나이키 스타일 홍대’ 얘기다. 나이키는 이 체험형 매장을 통해 새로운 세대와 함께 스포츠 문화를 새롭게 정의하겠다는 포부를 내보였다. 그 첫 번째 테스트베드가 한국이고, 그 대상이 한국의 Z세대다. 킴벌리 창 나이키코리아 멘데스 한국지사장은 이곳을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Z세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라고 했다. 이곳이 다른 매장과 차별화된 요소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Z세대는 ‘오픈런’을 하면서 호응할까. 나이키가 한국의 Z세대를 겨냥해 매장에 심어둔 키워드를 살펴봤다.
나이키 스타일 홍대 매장은 지역 아티스트와 소비자들이 직접 그린 2만 개의 로고를 외벽으로 삼았다. ⓒ시사저널
Z세대를 움직이는 ‘한정판매’ ‘커스텀’
매장 앞의 대기 줄은 두 가지다. 1~2층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대기하는 줄과, 나이키 멤버십 회원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3층 나이키 SNKRS 라운지에 입장 예약을 하기 위해 대기하는 줄이다. 방문객들은 필요에 따라 줄을 선다. 매장은 줄을 선 순서대로 입장하는 방식이지만, 라운지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대기를 통해 현장 예약을 해야 한다. 오전 11시부터 1부 예약이 시작되면 낮 12시, 오후 1시, 오후 2시 입장 시간을 선착순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2부 예약은 오후 2시, 3부 예약은 오후 5시부터 시작된다.
입장부터 ‘한정적’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타임마다 20명이 들어갈 수 있다. 나이키와 헬리녹스가 콜라보한 컵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타임별 선착순 6명 안에 들어야 한다. 컵을 사기 위해 일부러 뒤 타임을 예약하는 사람도 많다. 라운지에 입장한 멤버십 회원에게는 ‘득템’의 계기가 생길 수도 있다. 키오스크를 통해 대기 등록을 한 회원 중 일부를 추첨해 인기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일명 ‘익클(EXCLUSIVE ACCESS)’ 문자를 받는 기회가 제공되는지도 ‘랜덤’이기 때문에 타임별 당첨자가 나올 수도 있고,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당첨되면 처음에 대기 등록을 했던 휴대폰 번호로 메시지가 도착한다. 해당 회원에게만 공개되는 링크를 통해 인기 상품을 주문하는 방식이다.
Z세대는 SNS에 희소성 있는 경험이나 상품을 게시하며 특별함을 드러내길 즐긴다. 인기 아이템을 소장하는 것을 보여 주기도 하고, 일부는 한정판 아이템을 거래하면서 수익을 얻기도 한다. 리셀 문화가 순식간에 일종의 트렌드로 번진 배경에도 Z세대가 존재한다. 이곳은 빨리 온 사람이 제품을 구할 수 있는 ‘선착순 판매’ 요소와, 추첨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기회를 부여하는 ‘래플’ 방식을 라운지를 통해 모두 취한 셈이다. ‘나만의 것’을 원하는 Z세대의 니즈(욕구)는 커스텀 제품들로 반영된다. 2층 매장에서는 태블릿을 통해 원하는 사진이나 자수, 로고를 넣어 티셔츠를 직접 디자인한 뒤 구매할 수도 있다.
2층 나이키 바이 유 존. 원하는 방식으로 티셔츠를 디자인할 수 있다. ⓒ나이키
태블릿을 통해 원하는 사진이나 로고를 넣어 티셔츠를 디자인한 뒤 구매할 수 있다. ⓒ시사저널
경험에서 ‘인스타그래머블’까지
최근 체험형 매장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은 온라인에 익숙한 Z세대가 ‘오프라인 경험’의 가치를 높게 두기 때문이다. 그 경험은 다시 SNS 등을 통해 표현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든다. 이 세대가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장소나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찾는 이유다.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신조어가 새로운 소비 기준이 되면서 다양한 업계에서 이를 중요한 마케팅 키워드로 고려한다. 매장에도, 라운지에도 인스타그래머블한 요소들이 있다.
먼저 사진과 콘텐츠다. 1층 매장에는 SNS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예약제 스튜디오를 마련해 두고, 나이키 제품을 활용해 만든 다양한 소품을 비치했다. 콘텐츠를 만들면 휴대폰으로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다. 피팅룸 역시 좁은 면적의 장소에서 옷을 갈아입는 일반적인 공간이 아니라, 마치 스튜디오처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는 것을 즐기는 Z세대의 성향을 반영해 색상 조절이 가능한 조명을 피팅룸 안에 설치해 뒀다. 3층 라운지에 있는 포토부스는 리모컨을 직접 눌러 촬영하는 셀프 사진관 형식으로 ‘요즘 감성’을 반영했다. 흑백이나 컬러로 콘셉트를 정해 촬영할 수 있고, 촬영된 사진은 인쇄해 가져갈 수 있다. 방문을 ‘인증’하기 위한 아이템을 매장 곳곳에 배치해 놓은 것이다.
쇼핑을 하는 매장에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확장을 꾀한다. 운동화 끈이나 양말로 만든 전시물 등 눈에 띄는 작품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3층 라운지는 일명 ‘나이키 갤러리’다. 나이키, 그리고 운동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책과 소품, 한정판 운동화와 관련된 전시물들이 이 공간에 있다. 홍대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다양한 작품도 전시돼 있는데, 헌 신발 조각을 활용해 만든 아트워크, 운동화와 공을 결합해 그린 페인팅 작품 등이 그것이다.
Z세대는 브랜드를 즐길 뿐 아니라,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알리는 데도 적극적이다. 갤러리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은 방문객들이 SNS를 통해 매장을 스스로 홍보하게 하는 배경이 된다. 여기에 더해 라운지 공간을 체험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한 시도도 보였다. 음료 제공 서비스, 신발 클리닝 서비스 등이다. 멤버십에 가입해야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고, 무료 음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나이키 신발에 한해 클리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서비스들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나이키라는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를 자연스럽게 확장시킨다.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라운지. 운동화, 공 등을 소재로 한 다양한 아트워크가 진열돼있다. ⓒ나이키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라운지. 운동화, 공 등을 소재로 한 다양한 아트워크가 진열돼있다. ⓒ나이키
헌 신발 조각을 활용해 만든 작품, 운동화를 소재로 한 페인팅 작품 등 홍대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다양한 아트워크들이 전시돼있다. ⓒ시사저널
다양한 전시품들을 진열한 1층 매장 ⓒ나이키
젠더리스, 그리고 환경을 고려한 이유
매장에는 독특한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보통 의류 매장, 특히 스포츠 매장은 남성 존과 여성 존을 나눠서 운영한다. 들어서자마자 남녀 고객들의 발걸음이 어느 한쪽으로 정해진다. 그러나 이곳은 성별을 공간으로 구분하지 않았다. 스타일에 따라 옷을 진열할 뿐이다. 일부 고객이 쇼핑하는 데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음에도 이렇게 매장을 운영하는 이유는 뭘까. 그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번진 ‘젠더리스’라는 트렌드가 있다.
젠더리스 패션은 남자다움과 여자다움, 혹은 남성의 옷, 여성의 옷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패션 경향을 말한다. 중성적인 느낌을 뜻하는 유니섹스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개념이다. 개인의 개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떠오르면서 남성 아이돌이나 배우가 치마를 입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가 하면, 다양한 브랜드들은 패션쇼를 통해 치마를 입은 남성 모델, 슈트를 입은 여성 모델 등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더 이상 패션에서 이분법적 성별을 따르지 않는 Z세대를 겨냥하기 위해 나이키는 성별의 경계를 없앴다. 최근 패션 소품, 화장품, 주얼리 시장에 젠더리스 상품이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컬러와 스타일에 따라 진열된 상품들
1층에는 플라스틱 마네킹 대신 디지털 마네킹을 배치했다.
바닥 재료나 방문객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은 폐기물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나이키
환경 이슈에도 동참했다. 밀레니얼 세대부터 보이던 가치소비 움직임은 Z세대 사이에서 더 두드러진다. 이들은 ESG 경영을 하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친환경적 가치를 위해 비용을 더 지불할 의사를 지닌다. 환경에 민감한 Z세대를 잡기 위해 기업은 ‘지속 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외면할 수 없다. 매장 1층에는 플라스틱 마네킹 대신 디지털 마네킹을 배치했다. 시즌별로 나오는 폐기물의 양을 줄이기 위해 제품을 설명하는 종이 리플릿을 제공하는 대신 앱과 QR코드를 활용했다. QR코드를 찍으면 제품 정보나 추가적인 옵션을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환경적 행보는 나이키의 ‘무브 투 제로’ 캠페인과도 맞닿아있다. 나이키는 2020년 미국 뉴욕에서 진행한 포럼에서 ‘지속 가능성’을 우선시한 제품을 소개한 바 있다. 친환경 소재 표시가 돼있는 의류는 전체 소재 중 55%가 재활용 소재다. 신발에는 20% 이상의 소재가 재활용 소재로 사용된다. 나이키에 따르면 실제로 나이키닷컴의 친환경 제품에 소비자가 3배 이상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지속 가능성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도 높다. 불량 제품이나 폐기된 제품들은 공간을 구성하는 데 쓰였다. 바닥 재료나 방문객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은 폐기물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나이키 스타일 홍대 매장은 2만 개의 스우시(나이키의 로고)를 외벽으로 삼았다. 지역 아티스트와 소비자들이 직접 그린 나이키 로고다. 이 외벽은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이기도 하지만, 모든 소비자의 특성과 창의성에 대한 경의의 표시라는 것이 나이키 측의 설명이다. Z세대가 몰입할 만한 여러 키워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상호작용을 노리는 나이키의 시도는 지속적인 성공을 그려낼 수 있을까. 가장 빠르게 유행을 선도하고, 가장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한국의 Z세대가 나이키의 행보에 어떤 반응을 이어나갈지에 그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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