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보험료 다시 오르나…침수차 7000대 보상 문제로 손해율 비상

10일 오전 9시 기준 6853대 피해…손해액 869억원
상반기 보험료 인하했던 손보사, 하반기는 힘들 듯

10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 한 빌딩에서 배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침수된 차가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에 집중 호우가 계속되면서 차량 침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 규모만 7000대에 육박하고 있다. 통상 침수 차량 보험 접수가 일정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번 호우로 손해보험사들의 손해율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일단 올 하반기 기대됐던 자동차 보험료 인하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외제차 피해비중 높아 손해액도 덩달아 커져

수도권을 중심으로 125년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차량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10일 오전 9시 기준 지난 8일부터 12개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 규모는 총 6853건이다. 추정 손해액은 약 856억원이다. 이는 2020년 7월9일~8월28일 장마와 태풍 ‘바비’로 발생한 침수·낙하물 피해 차량 피해 규모(848억원)를 넘어선 수치다. 지난 2~3일 동안 내린 강수량의 위력을 알 수 있는 손해액이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차량 침수 건수가 계속 추가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구름이 충청지역으로 남하하면서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업계는 특히 이번 호우가 강남 지역에 집중되면서 손해액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외제차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서다. 1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에 지난 8일 폭우로 접수된 외제차만 1000여 대에 달한다. 이 가운데 3억원을 넘는 페라리를 비롯해 1~2억원대 벤츠, 페라리, 벤틀리 등 고가 외제차들도 포함돼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외제차는 국산차보다 차량가액이 수배 가량 차이가 나다보니 손해액이 크다”며 “침수되면 거의 전손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 보험사로서는 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 차량 대수는 4만1042대, 추정 손해액은 911억원 수준이었다. 이번 호우로 인한 침수 차량 피해 규모가 약 6800여대에 860억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외제차 비중이 높다는 것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앞 서초대로 일대에서 전날 내린 폭우에 침수됐던 전기차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손보사 손해율 악화 불가피…“추이 지켜봐야”

이번 침수 차량으로 인한 손해액이 900억원에 육박하면서 올 하반기 기대됐던 자동차 보험료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의 88%를 차지하는 5대 대형 손보사의 올 상반기 손해율은 70%대였다. 각 사를 따로 보면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6.3%, DB손해보험은 76.5%, 현대해상은 78.0%, 메리츠화재는 74.1%, KB손해보험은 75.9%였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적정선은 77~78%로 여겨진다. 자동차보험을 유지하기 위한 사업비율이 약 20%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들 회사들이 안정적인 손해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차량 운행량이 감소하면서 사고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손보사들은 지난 4~5월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1.2~1.3% 내렸다. 2020년 1월 3%대 인상 후 2년 만이었다.

손보사들의 적정한 손해율 유지 속에 금융 당국은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올 하반기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유도할 계획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차량 운행이 늘어나고 유가 급등 등의 영향을 고려해 가계 부담을 덜어줄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폭우로 인해 인하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특히 대체로 차 사고가 잦은 겨울철에 손해율이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인하 요인이 더욱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자동차보험 적자가 6조원이 넘다가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다”며 “올해도 손해율이 나쁘지 않았는데 이번 폭우로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해율에 따라 매년 보험료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피해 발생 규모 집계를 통해 손해율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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